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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미국의 연쇄 총격 살인이 던져준 교훈

중앙일보 2015.10.06 00:30 종합 2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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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칼럼니스트

지난 8월 미국 버지니아 방송사 기자 2명이 생방송 도중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 모습은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제는 애도를 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교훈을 찾아야 할 때다. 현재 미국에선 16분마다 1명이 총기에 목숨을 잃는다. 관련 수치 3개를 짚어 보자. ① 6개월마다 총기에 목숨을 잃는 미국인 수는 지난 25년간 모든 테러의 희생자,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희생된 미국인 수를 합한 것보다 많다. ② 1968년 이후 총기 사망자 수는 미 역사상 모든 전쟁의 전사자 수보다 많다. ③ 미국 아이들이 총격을 받아 숨질 확률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14배나 높다. 총기 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헤멘웨이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자료다.

 버지니아 사건의 범인이 리포터로 활동할 당시 쓴 이름은 ‘브라이스 윌리엄스’다. 그는 지난 6월 찰스턴 교회 총기 난사 사건을 보고 전직 동료 앨리슨 파커와 애덤 워드를 살해할 총을 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총기 범죄가 어떻게 다른 총기 범죄를 낳는지 보여준다. 윌리엄스는 범행 뒤 ABC뉴스에 보낸 장문의 팩스에서 “나는 한동안 폭발만을 기다리는 인간 화약고였다”고 적었다. 총격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하고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점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가 정신병자였느냐 아니냐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총기 정책이 제정신이 아닌 건 분명하다. 폭발할 순간만 기다리는 화약고 같은 사람이 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게 막는 보편적 신원조회조차 미국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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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판 금주법처럼 엄격한 총기 소유 금지제를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총기 보유를 무조건 금지하는 법안은 위헌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총기 사건을 공중보건의 위기로 접근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장난감과 사다리, 뮤추얼 펀드와 수영장을 규제한다. 장난감도 규제하는데 총기도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미 산업안전보건청은 연간 3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다리 사고를 막기 위해 7쪽에 달하는 안전규제 책자를 발간한다. 그런데 매년 3만30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총기에 대해 미 연방 정부는 ‘진지한 노력’이라 여겨질 만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총기 지지자들은 총기와 자동차를 자주 비교한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다고 자동차 운행을 금지시키겠느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총기에 공중보건 방식을 적용할 때 가장 참고할 만한 대상은 자동차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자동차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를 체계적으로 도입했다.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의무화했고, 청소년 운전면허 발급을 제한했다. 음주운전을 규제하고 로터리를 만드는 한편 횡단보도 표시를 개선했다. 자동차 안전검사를 강화했고, 운전 중 휴대전화 금지 정책도 도입했다.

 이런 노력은 놀라우리만큼 성공적이었다. 1921년의 자동차 사고 사망률을 2015년에 적용하면 한 해에 자동차 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71만 5000명에 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사망률은 그보다 95%나 낮다.

 하지만 총기는 다르다. 비겁한 워싱턴 정치인들이 받아준 로비 때문에 총기 사고 연구조차 수년째 아무 진척이 없다. 19세기만 해도 총기 업체는 아이들이 쏠 수 없는 총을 생산했다. 그러나 지금 총기 업체들은 ‘스마트 총’ 도입에 격렬하게 저항한다. 휴대전화도 도난당하면 비밀번호를 알아야 풀 수 있다. 그러나 총기는 그런 보안조치도 없다.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망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진심으로 노력하면 사망자 수를 3분의 1은 줄일 수 있다. 매년 1만10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총기 사고를 막으려는 확고한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은 정상 범주를 벗어나는 국가다. 헤멘웨이 교수에 따르면 선진국 총기 사망률 순위에서 미국은 2위를 차지한 캐나다보다 7배나 높고 한국보다는 무려 600배나 높다.

 총기 구입 시 신원조회와 함께 보다 철저한 선별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밀매를 줄이기 위해 1개월간 구매 가능한 총기 수는 1개로 제한하는 한편, 안전한 총기 보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총기에는 지우기 힘든 방식으로 일련번호를 새기고, 권총은 구입 대기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희생을 막는 실질적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주정부라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호주는 좋은 모범이다. 1996년 총기 난사사건으로 여러 명이 숨지자 호주는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쳐 총기 규제 강화에 성공했다. 그 뒤 7년간 호주에서 총기 자살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살인율도 절반으로 줄었다. 미국도 버지니아의 비극에 경악하는 데 그치지 말고 매일 총기로 목숨을 잃는 92명의 희생자를 줄이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자동차와 사다리, 금융상품과 수영장을 규제할 수 있다면 총기도 규제할 수 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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