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나라 망신시키는 성형 의료사고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2015.10.06 00:26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국에서 원정 성형수술을 한 중국인들이 의료사고나 진료비 바가지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면서 한·중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주중 한국 대사관은 올해 들어 거의 매달 보건복지부로 “한국 성형의 부작용에 대한 보도가 반복되면 양국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한국 의료를 이용한 중국인 환자는 7만9481명에 이른다.

 특히 성형외과는 외국인 환자의 잇따른 사망·뇌사 사고, 불법 브로커와의 연계, 일부 병·의원의 대리수술, 수술실 생일파티 등으로 진료 안전에 대한 국내외 환자의 신뢰가 떨어졌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국에 2000명 이상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성형브로커에 있다. 이들은 바가지나 탈세는 물론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려고 과잉시술까지 유도해 언제라도 의료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수사 당국의 지적이다. 심지어 성형외과 전문의 등을 고용해 불법 ‘사무장 병원’을 개업하고 운영하는 경우까지 있다니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현행 의료법상 외국인 환자를 모집해 국내 의료기관에 보내려면 배상공제보험에 가입하는 등 요건을 갖춘 뒤 복지부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미등록 불법 브로커들이 중국인들을 국내 성형외과에 불법으로 알선해준 대가로 30~90%의 수수료를 챙기면서 ‘성형 한류’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법 당국은 중국 등과 국제공조를 통해 불법 성형브로커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들을 근절하지 않고선 의료관광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를 정비할 근거 법령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은 1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법과 제도로 국내 의료관광과 해외 의료수출을 모두 지원하는 이들 법안은 한국 의료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 의료계는 2009년부터 5년 동안 약 63만 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해 1조원의 진료비 수입을 올렸다. 소형차 9만5000대와 맞먹는 수출 효과라고 한다. 2017년까지 150만 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하면 2만8000개의 청년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와 정부는 한국으로의 ‘의료관광’이 위험하다는 망신스러운 외신 보도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회는 외국인 환자들이 국내에서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보건 당국은 내외국인 누구나 안심하고 한국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의료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지난해 기준 한 해 25만 명에 이른 외국인 환자가 안심하고 우리 의료를 이용하고, 한국은 건강산업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