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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할인된 물건, 인하된 물건

중앙일보 2015.10.06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내수 회복세를 이어 가기 위해 기획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지난 1일 시작됐다. 미국의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할인 행사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추석 대목으로 살아난 소비심리를 최대한 연장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많은 소비자가 쇼핑에 나섰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사 소식을 듣고 지난 주말 오랜만에 백화점을 찾았지만 할인/인하 폭이 기대보다 낮아 실망스러웠다” “할인된/인하된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구매할 제품이 별로 없었다” “이미 가격이 할인된/인하된 이월상품을 행사 제품으로 내놓는 등 꼼수를 부렸다” 등의 불평이 쏟아졌다.

 제품 가격을 원래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행사장에 가보면 ‘가격 할인’ ‘가격 인하’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많은 사람이 ‘할인’과 ‘인하’를 같은 의미라 생각하고 사용하지만 둘은 차이가 있다.

 ‘할인’은 정해진 일정한 값에서 얼마를 뺀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세일 기간 소비자가격에서 20%, 30% 등 일정 비율만큼 빼주는 건 ‘할인’이라고 해야 맞다.

 ‘인하’는 가격 자체를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요금 인하’ ‘휘발유 가격 인하’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원래 가격에서 얼마를 빼주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자들이 가격을 내리는 경우 ‘인하’를 써야 바르다.

 따라서 위 예문의 경우 “행사 소식을 듣고 지난 주말 오랜만에 백화점을 찾았지만 할인 폭이 기대보다 낮아 실망스러웠다” “할인된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구매할 제품이 별로 없었다” “이미 가격이 인하된 이월상품을 행사 제품으로 내놓는 등 꼼수를 부렸다”와 같이 써야 한다.

 ‘할인(割引)’의 반대말은 ‘할증(割增)’이고, ‘인하(引下)’의 반대말은 ‘인상(引上)’이란 것을 알면 둘의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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