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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가스발전 위기 부른 전력 정책

중앙일보 2015.10.06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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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린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온실가스 저감을 명분으로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석탄발전을 대폭 줄이고 가스발전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 연방법원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국도 얼마 전 37%라는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그 목표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의구심이 적지 않지만, 이제는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에 있어 가스발전은 중요한 대안 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금 가스발전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부분의 가스발전은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신규 진입 고효율 가스발전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금 상환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이유는 기저발전이 속속 전력시장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원전은 온실가스 저감의 대안으로 인정한다 치더라도, 석탄발전의 과도한 확대는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물론 한국 형편에 당분간 석탄발전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한국이 온실가스 저감 뿐 아니라, 전력시장의 안정화나 합리적인 전력 소비 유도 등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의 3대 발전연료는 원자력, 석탄, 가스다. 가스발전은 연료비가 높아 원전과 석탄발전 보다 순위가 낮기 때문에, 몇 년 전과는 정반대로 최근 자연히 가동이 줄었다. 2011년 한국은 ‘9·15 순환정전’을 경험했고, 2013년 상반기까지 전력부족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 기간에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건설기간이 짧고 친환경적인 가스발전을 집중 유도했다. 그때 진입한 가스발전은 전력수급 안정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발전력이 부족했던 그때는 전력시장가격(SMP)이 높아 2012년 160[원/] 수준이었으나, 발전력이 남는 올 6월에는 84[원/]까지 급락해, 가스발전의 수익성은 악화 됐다. 혹자는 발전력이 모자랄 때 수익을 올렸으니 지금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서나, 전력계통 운전 및 전력시장 운영의 기술적 특성상, 적정한 가스발전 육성은 꼭 필요하다.

 지금 한국 전력시장은 2001년에 설계된 비용평가풀(CBP)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발전소의 진출입을 관리함으로써 시장구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력시장에는 SMP 외에도 용량가격(CP)과 같이 설비를 건설하고 발전을 준비하는 비용에 대한 대가도 지불한다. 전력시장 설계 당시, 가스발전이 SMP만으로는 채산성이 없어 합리적인 가스발전을 유도하기 위하여 CP를 반영해 준 것인데, 이 CP는 물가반영 없이 지금까지 그대로 머물러 있어, 지금 가스발전의 존립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오늘날 가스발전의 위기는 지속가능한 전력시장 전체의 위기다. 이러한 위기는 정책목표에 반하는 시장운영이나 비현실적인 규정 등 대안 없는 정책오류의 결과임을 말해 준다.

신중린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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