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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조원 대우증권 낚아라 … KB·미래에셋 본격 채비

중앙일보 2015.10.06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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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가총액 1위 증권사(3조9204억원)인 대우증권을 잡기 위한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8일 매각공고를 내기로 하자 유력 인수 후보인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은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며 입찰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 8일 매각 공고
산은자산운용과 패키지로 내놔
KB, 이사회 설명회 열고 참여 선언
미래에셋 “무리하지는 않을 것”

 산업은행은 5일 사내 인수·합병(M&A)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열어 대우증권 매각 계획을 확정했다. 이날 결정한 내용은 산업은행·나라장터·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홈페이지에 8일 오전 공고된다.

 이에 따르면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은 분리매각하지 않고 패키지로 묶어 매각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보유 주식(43%)은 나눠 팔지 않고 한 번에 전량 매각한다. “흥행이 부진하면 지분을 부분 매각할 수도 있다”던 8월 이사회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 자문사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흥행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달 말~다음달 초 예비입찰을 한 뒤 인수후보 실사를 거쳐 다음달 말~12월 초 본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예비입찰과 본입찰은 모두 경쟁입찰이다. 예비입찰 때 두 곳 이상의 인수 후보가 참여해야 본입찰도 진행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매각 예정가격(하한선)을 2조1000억~2조3000억원으로 정할 것으로 본다. 장부가치 1조7758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더한 가격이다. 그러나 인수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매각 가격은 최대 3조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매각공고를 앞두고 인수 후보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KB금융지주는 5일 오후 이사회 설명회를 열어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경영진이 포괄적인 국내 증권업계 현황과 KB가 대우증권을 인수했을 때 시너지를 사외이사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대형 증권사인 대우증권을 인수해 중형 증권사인 KB투자증권과 합치면 그룹 차원의 성장 잠재력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사외이사는 “증권사 인수 필요성에 대해 사외이사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한 대우증권 인수 계획을 밝혔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4일 우리사주 청약을 마친 데 이어 다음달 4~5일 전체 발행주식의 86%인 일반주주 청약을 한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과도한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는 여러 투자 대안 중의 하나”라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중국 중신그룹(CITIC)은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주력 계열사인 중신증권의 임원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중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는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의 2파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객관적으로는 KB가 자금력에서 앞서지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오너 기업인 특유의 결단력을 발휘할 경우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에셋보다 KB가 증권지점이나 영업 네트워크 확충이 더 절실하지만 결국 승부는 누가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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