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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속 237km로 꿈 이루고 수갑 찬 오토바이광

중앙일보 2015.10.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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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토바이 전설 천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류저우(柳州)에 사는 팡(龐)모씨. 올해 30세인 그는 오토바이광이다.

그에겐 우상이 있다. 2006년 2월, 베이징(北京)의 도심 내부 순환도로인 '얼환(二環)' 32.7㎞를 불과 13분 만에 주파한 전설의 오토바이 고수 천전(陳震)이다. 천의 별명은 '얼환스산랑(二環十三郞).' 13분 만에 얼환을 처음으로 주파한 사나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젊은 오토바이 애호가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천은 차량 운행이 많은 밤 9~10시 사이에 평균 시속 150㎞로 매분 200여 대의 차량을 추월하며 이 기록을 작성해 중국에선 오토바이 전설로 통한다. 당시 최고 속도는 200㎞를 넘었다.

20세에 인터넷을 통해 천의 사진과 비디오를 본 류는 천의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세웠다. 부친을 졸라 오토바이를 사 매일 수백㎞를 달리며 꿈을 키웠다. 그렇게 10년, 지난 8월 21일 밤 그는 베이징행 고속철에 몸을 실었다. 그의 보물 1호 '야마하 R1' 오토바이는 미리 화물 열차로 베이징으로 보냈다. 오토바이 가격은 17만4700 위안(약 3200만원).

다음날인 22일 새벽 2시, 그는 인적이 드문 얼환 위팅차오(玉?橋) 위에서 헬멧을 썼다. 차량 운행이 적은 새벽 시간을 택한 건 사고 위험을 줄이고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비디오 카메라도 장착했다. 그리고 가속기를 밟았다.

평균 시속 150㎞, 최고 시속 237㎞로 순환도로를 돌아 위팅차오에 도착해 기록을 보니 13분 43초. 그는 환호성을 쳤고 다음날 베이징을 떠나 고향이 류저우로 내려갔다. 그는 오토바이 질주 비디오를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류저우 '얼환스산랑'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 그리고 13분43초짜리 비디오를 그대로 인터넷에 올렸다. 비디오에 나온 그의 질주는 영화의 한 장면 그대로다. 1초에 2~3대의 차량을 추월할 정도로 아찔한 스릴의 연속이다. 곡선 구간도 시속 100㎞ 이상의 질주다. 사고가 안 난 게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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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모씨가 지난주 경찰에 압송돼 베이징 역에 도착한 모습.]


그러나 그 비디오가 화근이 됐다. 그의 오토바이 질주 이후 수 많은 운전자로부터 새벽 '광폭 질주'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를 찾고 있었다. 비디오를 추적한 교통 당국은 지난 주 류저우로 형사를 보내 그를 체포했다. 혐의는 '위험 운전 죄.' 폭주족 단속을 위해 제정한 법이다.

류에게 이 죄가 인정될 경우 6개월 이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설의 오토바이 고수인 천 역시 당시 순환도로를 폭주한 죄로 7일 구류 처분을 받았다. 그는 현재 폭주를 그만두고 자동차 시험 운전자로 일하고 있다.

류는 경찰의 수배에도 "꿈을 이뤘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감옥이다. 법을 무시하고 꿈을 이뤄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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