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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 휩쓰는 외국로펌 … 톱20 중 14곳

중앙일보 2015.10.05 02:37 종합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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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국내 최대 사모주식펀드(PEF) MBK파트너스에 7조6000여억원에 팔렸다. 국내 기업 매각 사상 최대의 빅딜이었다. 매수인 측 협상 주역은 미국 로펌 클리어리 고틀리브와 국내 로펌 율촌이, 매도하는 테스코 측은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와 국내 로펌 태평양이 공동 법률자문을 맡았다. 이에 대해 국내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외견상 대등한 관계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해외 로펌들은 자문 수수료를 국내 로펌보다 다섯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로펌
초대형 로펌 26곳 한국 진출
내년부턴 합작법인 허용돼
국내법 사건도 맡을 수 있어
법률수지 적자 4년간 3조원
“국제거래 법률 경쟁력 시급”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 국내 M&A(945건, 858억 달러)를 자문한 상위 20개 로펌(거래총액 기준) 가운데 14곳이 외국계였다. 상위 10위 안에도 허버트 스미스(4위), 왁텔 립턴(6위), 웡파트너십·길버트토빈(공동 7위) 등 외국계 로펌 6곳이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상위 10개 중 외국계가 5곳이었다. 국내 M&A 법률자문시장이 해외 로펌에 빠르게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2~2014년 미국에서 진행된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는 현지 로펌인 퀸 이매뉴얼을 선임했다. 국내 로펌은 한 곳도 끼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 법률시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해온 국내 로펌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1·2위 로펌인 베이커 앤드 매킨지, DLA파이퍼를 포함해 초대형 외국계 로펌 26개가 상륙해 활동 중인 가운데 법률시장 3차 개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에는 유럽연합(EU) 로펌, 2017년엔 미국 로펌의 합작법인 설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합작법인이 출범하면 해외 로펌들이 국내 법률 관련 사건까지 맡을 수 있게 된다. 본지가 10대 로펌 대표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재후 김앤장 대표는 ‘외국계 로펌의 국내 법률시장 잠식’을 최대의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매년 늘고 있다. 2011년 이후 최근까지 4년여 동안 누적적자는 27억8390만 달러(약 3조2850억원). 올해 상반기만 3억1090만 달러(약 3668억원)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내 법률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대기업 사내변호사들이 크게 늘고 있는 데다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폐지’ 판결까지 겹치면서 로펌들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 신희택 법학연구소장은 “국내 로펌이 국제중재·금융 등 국제거래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정효식 팀장, 김백기·임장혁·백민정·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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