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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등 전문·세분화 … 동남아·러시아 틈새시장 뚫어라”

중앙일보 2015.10.05 02:24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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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분야 국제소송이요? 특허전문 변호사와 이학계통 박사 등 기술 전문가, 현지 법률ㆍ문화에 정통한 국제변호사등으로 세분화된 팀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기의 로펌 <1> 안팎으로 치이는 법무법인
글로벌 경쟁서 살 길은
‘히든싱어’ 포맷 수출 자문한 미 로펌
상대 기업 전략까지 알 만큼 전문적
국내 로펌 작년 해외서 1조원 벌어
“한국 기업에 강한 네트워크 활용을”

이인영 맥더모트 윌 한국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전문화와 세분화를 국내 로펌의 위기 극복 전략으로 꼽았다. 그는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자를 전략적으로 견제하는 국제소송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각 분야 시장의 특성과 상대 기업의 전략까지 꿰고 있는 국제비지니스 전문가를 투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미국계 로펌 쉐퍼드 멀린의 경우 지난해 말 JTBC가 ‘히든싱어’의 방송 포맷을 미국 NBC유니버설에 수출할 때 법률자문을 했다. 쉐퍼드 멀린은 소니 픽쳐스, 21세기 폭스 등 주요 헐리우드 영화사 등을 자문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미국 최고 로펌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로펌의 한국 대표인 김병수 변호사는 "특정분야의 기업과 오랜 기간 호흡하면서 신뢰와 경험을 쌓아온 게 그 비결"이라며 "활자화된 계약서 내용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계약서 이면에 있는 협상의 여지를 파악해내는 게 전문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10대 로펌 대표들이 해외 로펌과의 경쟁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도 변호사 수 1000명이 넘는 초대형 해외 로펌들이 확보한 전문성이었다. 외국계 로펌들이 위협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대표 5명이 ①해외 M&A ② 해외 기업공개(IPO) ③특허 및 지적재산권 ④투자자 국가소송 및 상사 중재 ⑤국내 송무시장 진출 등을 제쳐두고 ‘⑥국제 시장에서 위 5개 분야의 전문성’을 꼽았다. 최근 삼성ㆍ현대차 등 대기업 법무팀이 외국계 로펌과 직접 계약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외국계 로펌 대표들은 “법률시장 개방을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한국에 진출한 26개 로펌으로 구성된 외국법자문사법률사무소협회장인 이원조 변호사(DLA 파이퍼 한국 대표)는 “국내 시장은 국내 로펌이 독점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로펌들도 해외시장 개척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해외 로펌들의 국내 수입(14억 3850만달러)엔 못 미치지만 국내 로펌들도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사상 최대치인 8억 2070만달러(약 9800억)를 벌어들였다. 2006년 로고스를 필두로 2007년 율촌, 올해 태평양이 베트남에 거점을 마련했다. 태평양은 올해만 홍콩·두바이·호치민·하노이 등 4개의 사무소를 냈다. 지평은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엔티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얀마 양곤 등에 사무소를 잇따라 내 10대 로펌 중 동남아지역에 가장 많은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율촌과 지평은 올해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내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 해외 진출 노선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의 양과 질은 영·미계 로펌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외국계 로펌 한국 대표들은 해외진출 성공의 키워드로 '틈새시장'과 '철저한 준비'를 제시했다. 이원조 대표는 “한국기업에 강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강점을 살려 국제 시장에서 네임밸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정효식 팀장, 김백기·임장혁·백민정·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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