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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 돛대 찍고 바다로, 누굴까 최강 ‘마린보이’

중앙일보 2015.10.05 00:55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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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5종의 세부 종목인 함운용술. 6m 돛대에 올라 5개의 쐐기를 박은 뒤 미니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부표를 지그재그로 통과한다. [포항=신인섭 기자]

지난 3일 포항의 항만방어대대. 대한민국 해군이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처럼 6m 마스트(돛대)를 쏜살같이 올라가 5개의 쐐기를 박았다. 그러고는 바다를 향해 육상 계류용 홋줄(배가 파도에 흔들리지 않도록 묶는 줄)을 던졌다. 곧바로 미니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부표를 지그재그로 통과했다. 선박 출항부터 작전 수행까지의 과정들을 4분 이내에 끝냈다.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의 군사종목 중 하나인 해군5종의 함운용술에 출전하는 한국 해군들의 막바지 훈련이었다.

군인체육대회 내일 해군5종 경기
남녀 20개팀 막바지 훈련 구슬땀
항법실력 대결 공군5종 비행경기
한국 허환 중위, 첫 출전 은메달

 해군5종은 함운용술을 비롯해 인명구조 수영, 다목적 수영, 수륙양용 크로스컨트리, 장애물 달리기로 구성된다. 1949년 이탈리아 해군 교육 프로그램이 시초다. 실제 해상 전투 시 생존법을 스포츠로 승화했다.

 포항 해병 1사단의 수영장에는 ‘거친 바다를 뚫고 적진을 돌파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는 인명구조 수영 훈련이 한창이었다. 선수가 15m 잠영 후 입고 있던 작업복을 벗고 3m 깊이로 잠수해 익수자 모형을 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옆 레인에서는 다목적 수영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오리발을 낀 선수가 모형소총을 들고 25m를 수영한 뒤 3m 깊이의 물에서 소방호스를 분리했다. 수중에서 폭발물을 해제하는 모의 과정이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 동메달리스트이자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였던 임남균 해군 중위는 “살아 돌아올 때마다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영호 해군5종 코치는 “한국은 해군5종 선수를 2013년 처음 선발했다. 폴란드·독일 등 유럽 강국에 비하면 우리의 기량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해군의 의지는 누구 못지않다. 강감찬함 갑판사관 출신 이서연 해군 여성 대위는 “다음달 결혼식을 올리는데 지난달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조국을 위해 물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해군특수전전단 소속 김태진 중사는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전역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6일 시작하는 해군5종은 남자 12개국, 여자 8개국이 금메달 4개를 두고 겨룬다.

 4일 예천 공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공군5종의 비행경기에서는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한국이 은메달을 땄다. KF-16 조종사 출신 허환 중위가 이변을 일으켰다. 이 종목은 국산 복좌식 항공기 KT-1 9대에 9개국 선수들이 후방석에 앉아 항법사로 나서고, 주최국 한국 조종사가 시속 330㎞로 조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탑승 전 기상·바람·항로를 계산한 선수들은 목표지점 1과 목표지점 2, 도착지점의 삼각루트를 계획된 시간에 정확히 통과해야 한다.

 공군5종은 비행경기 외에 조종사가 불시착 시 탈출하는 과정을 스포츠로 발전시킨 수영, 장애물달리기, 오리엔티어링(독도법), 권총 사격 등이 있다.

포항·예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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