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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폴크스바겐 사건 후유증

중앙일보 2015.10.05 00:31 종합 3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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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논설위원

19세기 말 영국에서 짝퉁 문제가 불거졌다. 유럽 한 후진국에서 영국제로 속인 가짜가 쏟아진 탓이다. 제조국을 쓰게 한 상표법이 제정됐지만 소용없었다. 포장엔 원산지를 쓰고도 물건엔 영국제라 적는 일이 숱했다. 조립만 영국에서 하곤 ‘Made in England’라 우기기 일쑤였다. 이 뻔뻔한 짝퉁 왕국은 다름 아닌 독일이었다.

 산업혁명의 기수인 영국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틀리·재규어·롤스로이스 등 명차를 생산해 냈다. 폴크스바겐 신화도 영국 없인 불가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잿더미가 된 독일 군용차 공장을 추슬러 딱정벌레차 ‘비틀’을 생산한 것도 영국군이었다.

 미국의 자동차경주대회 ‘나스카’에 국내산 차만 나갈 수 있도록 한 제한규정이 생긴 것도 영국 차 때문이었다. 1954년 대회에서 재규어가 1·4·5·6등을 휩쓸었던 것이다.

 이랬던 영국 차는 70년대 이후 돌연 멸종한다. 촌스러운 디자인 고집 등 판단 잘못도 많았다. 벽촌에 공장을 세우는 바람에 조립할 줄 아는 숙련공이 부족, 새 차를 사도 당장 고쳐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정타는 고질적 노동쟁의였다. 툭하면 파업에다 한 업체에 노조 10여 개가 난립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망한 배경도 비슷했다. 노조 압력으로 100억 달러가 넘는 퇴직자의 의료보험료와 연금까지 평생 내줘야 했다. 차 한 대당 1500달러의 원가가 추가되는 꼴이었다. 그러니 일본·유럽 차를 당할 리 없었다.

 최근 터진 폴크스바겐 사건은 우리 경제에 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판매가 역대 최고인 17.8%나 늘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심할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64%. 이처럼 특정 자동차업체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더구나 이 회사는 평균연봉 9000만원이 넘는 현대차 노조에 휘둘리고 있다. 같은 현대차 공장이라도 대당 생산시간은 미국 15.4시간, 국내 30.5시간이다. 반면 시간당 임금은 미국 39달러, 한국 40달러다. 국내 생산성이 형편없단 얘기다. 그런데도 노조는 기본급 7.84% 인상에 정년 65세 연장을 주장한다. 요구가 안 먹히자 추석 전 3일간 파업해 2000억원의 손해를 냈다.

 아직도 국민 상당수는 국산품 애용이란 강박감에 짓눌려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산차라도 제값 못하면 덜 팔리는 게 순리다. 폴크스바겐 사태로 그나마 독점 피해를 덜어줬던 수입차의 순기능마저 줄까 걱정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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