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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자매, 내 인생 최고의 선물"

중앙일보 2015.10.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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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조차 몰랐던 쌍둥이 자매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만난 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죠. 내 인생을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됐던 사만다 푸터먼(28)과 아나이스 보르디에.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았던 둘은 2013년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극적인 상봉을 했다. 26년의 시간, 8000㎞의 거리를 뛰어넘은 쌍둥이 자매의 기적같은 만남은 영화 같은 감동을 세상에 전해줬다. 보스턴대에서 드라마를 전공하고, 영화 '게이샤의 추억' 등에 출연한 사만다는 이를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12월 국내 개봉 예정)로 만들어, 감독 자격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느꼈던 사랑과 행복의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싶었다"며 "고향인 부산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돼 정말 뜻깊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두 자매가 재회해 가족의 정을 느끼고, 함께 한국을 방문해 생모를 찾아나선 과정을 담았다. SNS 세대 다운 발랄함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이 동시에 느껴진다. 아나이스가 패션을 공부하고 있는 런던에서 첫 만남을 가진 둘은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소설 『해리포터』시리즈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익힌 당근을 싫어하는 식성까지 닮았다. 하지만 성격은 달랐다. 미국인 오빠들과 함께 자라나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만다와 달리, 외동딸인 아나이스는 매사에 신중하고, 마음 한 구석에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쌍둥이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성격이 다르게 형성된다더군요. 자라난 환경 탓만은 아닌 거죠. 우리 둘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겁니다."

둘의 만남은 각자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아나이스는 사만다는 물론, 그의 부모와 오빠 등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최근 한국을 방문한 뒤로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바뀌었다.
사만다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입양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져, 한국계 입양아 출신 배우 제나 우쉬코비츠와 함께 입양아와 그 가족들을 돕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쌍둥이 여성 수퍼히어로 애니메이션도 제작중이다. 사만다는 "둘이 만난 후 첫번째 생일에 'Best Friends Forever'(영원한 친구)란 문구를 새긴 하트 모양의 목걸이를 나눠가졌다"며 "우리를 만나게 해준 SNS 덕분에 지금도 거의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말미에는 한국에서 어렵게 찾아낸 생모가 자매와의 상봉을 거절하는 대목이 나온다.
만남을 꺼리는 생모의 소식을 접한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아픔을 이겨낸다. 사만다는 "생모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게 슬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아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유전자가 같지 않아도, 내게 사랑을 주고 내 인생의 일부가 된 사람들은 누구든 가족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자매의 경우처럼 확장된 가족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거죠.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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