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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평균 서른 명이 부모 손에 살해'…반복되는 자녀 살해, 원인은

중앙일보 2015.10.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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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정성국 박사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2006년1월~ 2013년 3월 사건)

결혼 13년만에 얻은 딸을 생후 53일만에 살해한 어머니가 2일 구속됐다. 어머니인 김모(40)씨는 경찰에서 남편과 자녀 양육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했다. 아이를 죽이기 전날 밤에도 남편 유모(41)씨와 크게 다퉜고 유씨가 “이혼 후 아기를 키우다가 힘들면 보육원에 보내겠다”고 하자 김씨는 이 말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다음날 남편이 출근한 후 아기를 살해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에서 “아기를 보육원에 보내느니 아기를 죽이고 나도 죽고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제주에서 40대 남편이 처자식을 살해한 뒤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고, 7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아들의 양육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집을 나간 남편에 대한 분노 때문에 아들을 목졸라 살해한 양모(34·여)씨가 경찰에 자수하는 등 부모가 함께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다.

물리적 저항도 못하는 9세 이하 영유아가 59%
경찰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녀살해’ 사건은 한 해 평균 30여건씩 발생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정성국 박사는 2006년 1월부터 2013년3월까지 발생한 자녀살해 사건이 230건 이라고 밝혔다. 매년 30여명의 자녀가 부모의 손에 죽는 셈이다. 정 박사에 따르면 피해 자녀의 59%는 9세 이하의 영·유아였고 10대가 27.9%로 20세 미만의 자녀가 전체의 87%였다. 가해자인 부모의 연령대는 30~40대가 전체의 약 77%였다.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어린 아동들이 부모에게 살해당했다. 살해 동기는 가정불화가 102건(44.6%)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어려움이 62건(27%)이 뒤를 이었다. 특히 자녀를 살해한 후 가해자인 부모가 자살한 경우가 102건(44.4%)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사회문화가 자녀 살해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정성국 박사는 “부모의 약 45%가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을 했는데 이 수치는 일반 살인사건은 물론이고 존속살인 보다도 높은 비율”이라며 “부모들이 자녀를 독립적 인격체로 보지 못하고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부모 대부분이 '내가 돌보지 못하면 아이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면 자녀를 살해하고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은 형법에서도 드러난다. 현행 형법은 자신이나 배우자의 부모를 살해할 경우 ‘존속살해죄’(250조2항)로 분류해 일반 살인보다 높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반면 자녀살해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특히 분만 중이거나 출산 직후 아기를 살해하는 영아살해의 경우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 이하로 일반적인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낮은 상태다. 정 박사는 "자녀살해 판결을 보면 '오죽했으면 자기 자식을 죽였을까'라는 국민 법감정이 재판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며 "일반 살인사건보다 형량이 적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을 ‘동반 자살’로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인식을 담고 있다.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동반 자살’이라는 표현은 살인과 아동 인권침해를 온정의 대상으로 만들고 부모가 자기 뜻대로 자녀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담은 것”이라며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표현을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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