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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통령선거 유혈사태 연루돼 감금,성폭행 당한 케냐 여성, 난민 인정

중앙일보 2015.10.04 14:51
2007년 아프리카 케냐 대통령 선거 이후 발생한 대규모 유혈 사태에 연루돼 정치적 박해를 받아온 케냐 출신 여성에 대해 법원이 난민으로 인정했다.

법원, 선거 폭력사태 연루된 케냐 여성 ‘난민 인정’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하태헌 판사는 케냐 국적의 A(40)씨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11월 만삭의 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홍콩이 최종 도착지였던 A씨는 동행을 따돌린 채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로 뛰어들었고, 곧바로 인신보호 신청과 함께 난민 신청을 했다.

A씨의 입에서 나온 증언은 차마 믿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는 2007년 케냐 대통령 선거 이후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현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려던 남편이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편의 행방을 찾던 중 자신도 정부 측 관계자들에게 납치돼 성폭행 등을 당했고 임신 후 중국으로 팔려가던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의 진술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난민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같은해 11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케냐로 돌아가면 심각한 정치적 박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하 판사는 “A씨는 난민인정신청 의사를 밝힐 당시부터 소송까지 케냐의 정치현황과 남편의 실종, 자신에 대한 납치와 도피 경위 등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일부 모순되는 내용 등이 있어도 진술의 전체 신빙성을 쉽게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처음부터 한국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고 홍콩으로 가는 항공기의 경유지에 불과했다”며 “한국에 입국한 경력이 없고 특별한 연결고리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난민 신청을 한 것은 정부와 납치범들로부터 박해를 피하기 위한 의도 이외에 다른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2007년 12월 케냐 대통령 선거 당시 현직 대통령이 2.5%의 근소한 표 차이로 당선되자 반대 측의 재선거 요구가 들끓었고,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약 1500명이 사망했다. 이후 2013년 같은 당 소속의 우후루 케냐타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와 관련해 반인륜범죄 혐의로 ICC에 제소됐다.

하 판사는 “A씨가 케냐로 돌아갈 경우 정부에 매우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폭력, 납치, 인신매매 등에 관한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이 있어 케냐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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