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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울시교육청 "충암 중·고교 급식비 4억 횡령"…충암학원은 "허위 사실" 반박

중앙일보 2015.10.04 13:50

사립학교인 서울 은평구 충암중·고교가 학부모에게서 거둔 급식비 4억여 원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유령' 직원에게 운송비 청구하는 등 4년간 4억여 원 횡령 의혹
학교장 등 18명 고발하고 파면 요구


서울시교육청은 충암 중·고교가 지난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4년간 급식비 총 4억1035만원을 횡령한 정황을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충암고는 지난 4월 급식비를 체납한 학생에게 학교 관계자가 "내일부터 학교에 오지마라. 너 같은 애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교육청이 학교 측에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당시 막말 논란 사태를 계기로 충암중·고교 급식 감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들 학교는 조리실에서 각 교실로 급식을 옮기는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한 뒤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최소 2억5668만원을 허위로 학부모들에게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용역업체 10명이 배송 업무를 한 것처럼 서류에 기록했지만 이중 4명은 '유령' 직원이었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학교는 이들 '유령' 직원의 배송료와 퇴직적립금·4대 보험료까지 포함시켜 급식비를 학부모에게 거뒀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또 이들 학교가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필요보다 과다하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식용유 10통을 들어오면 4통은 일단 빼돌리고 나머지 6통은 시커멓게 될 때까지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방법으로 학교가 최소 1억5367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식자재 납품업체를 선정하면서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했다. 충암 중·고교는 교육지원청의 급식 위생평가에서 매해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급식 개선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학생들의 기호도 조사하지 않는 등 학교급식을 부실 운영했던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들 학교를 운영하는 충암학원은 실제 하지도 않은 창호 교체 공사를 한 것처럼 꾸며 공사비 8000만원을 횡령하는 등 32건의 비리가 2011년 특별검사에서 적발됐다. 당시 시교육청은 학원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학원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학급 수 감축, 특별교부금 중단 등 조치가 내려졌다. 시교육청은 이번에 이들 학교의 비리가 또 드러남에 따라 충암학원의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에 조만간 착수할 방침이다.

장인홍 서울시의원(교육위원회)은 "교육청이 사학에 대해 지도·감독권만 가질 뿐 직접적인 처벌 권한이 없다 보니 사학비리가 반복되된다. 학교 감사를 통해 학교법인의 이사 승인 취소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대부분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급식비 횡령에 관계된 충암 중·고교 학교장과 행정실장, 용역업체 직원 등 18명을 서부지검에 고발하고 학원 측엔 이들의 파면을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횡령액 전액을 회수 조치할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해 사학의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최미숙 대표는 "가장 청렴하고 법적으로 깨끗해야 할 학교에서 아이들의 밥값으로 '있어선 안 될 일'을 저질렀다. 이같은 치졸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청이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암학원은 이날 저녁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교육청 김형남 감사관과 관련 담당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충암학원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발표는 추정과 과장 등에 의한 사학때리기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학원 측은 종이컵 등 소모품을 과다 청구해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식재료비와 소모품 청구는 영양사 관할 조리실에서 필요한 만큼을 신청한 것인데도 교육청에서는 소모품비와 식재료비가 많이 나온 연도와 적게 나온 연도를 비교해 그 차액을 횡령금액으로 추정해 부풀려 발표했다"고 말했다. 식용유의 과다한 재사용에 대해선 "영양사에게 확인해 보니 '식용유를 한두번 정도는 튀김에 더 사용한 적은 있으나 검게 변해 산화될 정도로까지 사용한 적은 없으며, 전혀 사용하지도 않은 식용유를 빼돌린 적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형남 감사관은 "충암학원 측 반박은 비리 핵심과는 무관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급식비리와 관련해선) 감사 과정에서 모두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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