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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밥·변기라면에 미성년자 성관계까지…도 넘은 SNS 일탈 계정

중앙일보 2015.10.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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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인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여학생의 교복 차림 사진이 올라왔다. 얼굴을 가린 속옷 차림이거나 가슴을 훤히 드러낸 사진이 대부분. 사진이 올라온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음담패설이 섞인 댓글이 달렸다.

얼마 전 또다른 SNS 페이스북 계정에서는 ‘겨밥 동영상(자신의 겨드랑이에 밥을 문질러 먹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재생 수 650만회를 넘게 기록했다. 고등학교 1학년 강모(16) 군은 “종종 ‘겨밥’을 따라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최근 SNS에 ‘일탈계정’이 넘쳐나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에 자신의 가슴이나 성기 등 신체 일부를 드러낸 사진을 올리는 계정이 대표적이다. 양상은 다르지만 엽기적·가학적 내용을 담은 콘텐트도 많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다짜고짜 욕설이 나오는 동영상, 변기에 라면을 부어 먹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일명 ‘변기 라면 동영상’ 까지 있다. 이 변기 라면 동영상은 510만회 이상 재생됐다.

이런 엽기적인 콘텐트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광고 수익이다.‘페이스북 스타(페북스타)’중에는 구독자가 60만 명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계정에 한 번 올린 광고를 최소 60만 명이 볼 수 있는 셈이다. 페북스타 A씨는 “한 건당 40만~100만원의 광고료로 한 달 수익이 1000만원에 이른다”며 “학생들이 따라 해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박성복(47) 교수는 “무수한 콘텐트가 존재하는 SNS에서 주목을 끌려면 선정적일수록 유리하다”며 “청소년이 선정적인 콘텐트에 자주 노출될수록 자극에 무감각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음란 일탈 계정은 부적절한 오프라인 만남으로도 이어진다. 실제 오프라인 만남을 해봤다는 일탈계정 운영자 여고생 이모양(18)은 “‘오프라인에서 만나자’는 DM(Direct Message)들로 메시지함이 항상 가득 찬다. 상대방 프로필을 살펴보고 괜찮으면 답장을 보내 언제 만날지 약속을 잡는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직접 대화를 나눈 일탈계정 남성들도 “‘일탈계정’을 통해 만난 여러 고등학생과 성관계를 나눴다”고 말했다. 자신을 40대 기혼자라 밝힌 아이디 allp******는 “너 댓 명은 만났다. 어린애들과 성관계 갖는 게 더 기분 좋다. 은밀한 만남이라 부담도 없고 좋다”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또 다른 사용자 soco******는 “대화를 나누다 친해지니 오히려 관계를 갖고 싶다 먼저 연락한 여고생들도 여럿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탈 계정이 버젓이 유지될 수 있는 건 우선 낮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한 SNS는 회원 가입을 하는 데 채 2분이 걸리지 않는다. e메일과 닉네임,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끝이다.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가짜 e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성인은 물론 미성년자까지 ‘일탈계정’을 이용해 음란사진·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걸러낼 확실한 방법도 부족하다. 청소년 보호법 9조 1항은 ‘성적 욕구를 자극하거나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60명의 온라인 모니터링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넘치는 콘텐트를 모두 모니터링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방심위 청소년보호팀 소속 황창호(30)씨는 “매체별로 전담 모니터링 요원들이 배치되는데 SNS 전담반은 5~6명”이라고 말했다. 보통 한주에 2000건 정도의 유해매체물이 적발된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국내법 적용의 한계’다. 우선 선정적인 콘텐트가 주로 올라오는 SNS는 주로 해외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어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창호씨는“성기라도 노출한다면 확실히 국내법을 적용하겠지만, 애매한 수위의 게시물이 주를 이룬다”며 “완벽한 불법이 아니면 모두 합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비스 업체의 자정 노력 부족 역시 원인으로 꼽힌다. 외국 SNS 업체들은 한국 지사를 설치해도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공개하거나 고객 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e메일로만 사용자 의견이 반영된다. 이렇다 보니 일부 사용자들이 일탈 계정을 지속적으로 신고해도 이렇다 할 시정조치가 없다. 국내 정서를 반영하거나 국내법 위반에 대한 제보를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역량개발팀 김봉섭(48) 팀장은 “기술적으로는 키즈락과 같은 차단 서비스를 설치하고 부모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자녀의 SNS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수정·이성웅·하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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