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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 바꾼 사람이 되겠나” vs “존재감 약한 분 왜 왔나”

중앙선데이 2015.10.04 02:24 447호 4면 지면보기
‘3김’ 시절 ‘정치 1번지’ 하면 서울 종로구를 꼽았다. 종로의 선거 결과가 전국적인 판세를 예측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내년 20대 총선에선 대구 수성갑이 신(新)정치 1번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3선의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자리에 이곳 출신인 김문수(64) 전 경기지사가 후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돼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안타깝게 패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59) 전 의원이 지역구도 타파를 내걸고 3수에 도전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내년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선을 향해 승천하려는 잠룡(潛龍)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둘 중 한 명은 정치생명을 접어야 하는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인다.


대구 수성갑서 빅매치 준비, 김문수·김부겸 동행 취재

 



 



중앙SUNDAY가 지난 1일 찾아간 수성갑은 이미 선거전에 돌입해 있었다. 지역을 훑는 데 여념이 없는 두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김 전 의원은 범어 네거리 근처의 골목을 돌면서, 김 전 지사는 만촌동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했다.



-요즘 하루 일과는.▶김문수=석 달 동안 아침 대여섯 시에 일어나 밤 11시에 귀가하는 일정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동네 주변 산책 운동으로 새벽을 시작해서 행사 다니고 사람들 만나고…. 추석엔 고향인 영천에 가서 친척과 어르신들을 뵙고 왔다.▶김부겸=추석 연휴엔 동성로처럼 명절 쇠러 온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소주도 한 잔씩 나눴다. 매일 점심·저녁 약속은 두 개 이상씩 잡는다. 저녁 땐 밥만 먹는 모임과 술 마시는 모임을 따로 잡는 식이다.



-지역 유권자들에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나.▶김문수=새누리당 수성갑 위원장이라고 할 때도 있고… 전 경기지사라고 소개해야 사람들이 비로소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인지도가 80%대라고 하는데 느낌상 그 정도까진 안 되는 것 같다. 점점 알게 되지 않겠나.▶김부겸=얼굴은 이제 대부분 알아본다. 좀 연세 드신 분들은 먼저 인사도 해 주고. 그게 편해졌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그런데 마지막엔 꼭 ‘아이고 당이 그래서 우야노’라고 한다. 내가 처음 대구에 내려왔을 땐 한 번 까불다가 올라갈 줄 알았는데 세 번까지 도전하니까 짠한 마음들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주민들에게 주로 듣는 이야기가 있다면.▶김문수=처음엔 ‘경기지사가 여까지 뭐 하러 왔노’라는 사람이 많았다. 대구로 이사를 왔는데도 경기도에서 출퇴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중에는 ‘진짜 (선거에) 나올 끼가’ ‘나옵니다’ ‘알겠다’ 이렇게 대화가 바뀌었다. 요즘엔 ‘당선되면 고산·시지에 수영장 지어라’ ‘금호강 옆에 길 닦아라’ ‘정자 지어라’ 이런 생활 민원들을 많이 듣는다.▶김부겸=대구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고 토로하는 분이 많아졌다. 추석 때 외지에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들도 있다. 피부로 느낄 정도로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권력형 비리나 가족 비리 스캔들 같은 일이라도 터진다면 이 지역도 참지 않을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뭉쳐 박 대통령 밀어줘야” -수성갑은 어떤 곳인가, 본인의 지역 비전은.▶김문수=정년퇴직하신 분이 많다. 아침에 공원에 가 보면 교장 아니었던 분들이 없을 정도다. 대구광역경제권의 허브이기도 하다. 대구는 교육도시로 유명했는데 대학들이 경산으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실버도시가 돼 버렸다. 시내 대학과 기업을 연계시켜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 기능을 집중 강화하겠다. 경북도청 이전 부지엔 경북대·창조경제혁신센터·대구상공회의소·대구시 4자 연합으로 청년 취업·창업교육센터, 기업들의 연구센터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과 구청장, 시의원 모두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김부겸=수성갑은 주택·학교·관공서가 주로 있는 지역이다. 주민들도 소득 수준이 높고 교육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한 편이다. 저녁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태워 학원에 데려다 주는 광경을 보면 전쟁이 따로 없을 정도다. 내가 당선된다면 이런 지역에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30~50대가 내게 더 많은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활력을 잃고 닫힌 대구를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아무 공약이나 남발해선 안 된다.



-현재 수성갑의 판세는 어떻게 보나.▶김문수=처음엔 내가 인지도도 지지도도 낮았다. 현재 둘 다 상승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선 거의 동률로 나왔다.▶김부겸=수치상으론 내가 좀 앞서 있다. 최근 전국 여론 흐름에서도 김 전 지사가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진 것 같다. (지난달 25일의 대구 매일신문 지지율 조사에선 김부겸 43.9% 대 김문수 43.6%, 지난달 30일의 경북도민일보 후보적합도 조사에선 김부겸 48% 대 김문수 35.8%로 나왔다.)



-상대방에 대해 평가한다면.▶김문수=김 전 의원이 나보다는 상당히 선발 주자다. 그런데 당이 ‘저쪽’이다. 수성갑에서 저 당 후보를 뽑아 준다면 새누리당 본산을 내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김 전 의원은 우리 당에서 당선됐다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다’며 떠난 사람이다. 그때 나도 권유를 받았지만 안 갔다.▶김부겸=경북고와 운동권 선배인 데다 둘 다 부인이 서울대 앞에서 사회과학서점을 했던 인연이 있다. 인간관계로만 보면 이렇게 만나선 안 될 사이다. 대권을 바라보고 TK(대구·경북)의 맹주가 되기 위해 온 것 같은데 나와 혈전을 치러 이긴다고 이득이 될까.



-김 전 의원이 내세우는 지역구도 타파는 낡은 어젠다란 지적이 있다.▶김부겸=(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며)물론 현재 세대·계층·빈부 갈등이 큰 게 가장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못 푸는 원인이 지역주의 정당 구조 때문이 아닌가. 겉으론 이제 지역 갈등이 없다고들 하지만 정치에서 마지막에 가선 인사·예산 등 지역 문제로 싸운다. 유권자 손으로 그런 집단적 트라우마에 대한 씻김굿이 필요하다. 삼성 라이온즈를 대표하는 양준혁·이승엽의 아버지는 모두 호남분이다. 섞여야 시너지가 발휘된다. 지금 전국에서 제일 못사는 동네가 대구와 광주다. 전국 꼴찌 둘이 싸울 이유가 있나.▶김문수=나는 TK지만 처가는 순천이다. 내가 경기지사로 8년 일하면서 지역 편중 인사를 한 적이 있나. 이런 게 진정한 지역주의 극복이다. 여기서 야당이 당선돼야만 지역주의를 극복한다는 건 무슨 논리냐.



-김 전 지사는 대권으로 가는 발판을 삼기 위해 뒤늦게 대구로 내려왔다고 비판받는다.▶김문수=(탁자를 가볍게 치며)1996년 부천 소사에서 처음 출마했을 때도 연고도 없었고 왜 왔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여기는 사돈·친척·친구 등 지인이 너무 많아 행복하다. 대권의 꿈을 가질 수야 있겠지만 총선 당선이 우선이기 때문에 지금은 먼 이야기다. 나는 대구·경북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려고 한다. 지금 한국은 저출산과 경제 침체, 남북 갈등, 정치 리더십 위기가 공존한다. 누가 극복하느냐. 새누리당밖에 없다. 야당은 준비가 안 돼 있고 방향도 틀렸다.▶김부겸=김 전 지사는 박 대통령과 왕왕 대립각을 세웠는데 여기 오더니 열혈 지지자로 바뀐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센 놈이 오면 대구는 무조건 줄 서야 하나’라는 자조감을 갖고 있다. 후배가 정치 생명을 걸고 고생하고 있는 지역으로 오는 것도 정치니까 용인되는 것이지 사적 공간이었다면 멱살잡이할 일이다.



“젊은층선 미래 여는 실험하자는 정서” -박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 간의 갈등이나 대통령의 대구 방문 때 지역 의원 대신 TK 출신 비서관들을 대동한 것을 지역에선 어떻게 보나.▶김문수=이 지역은 박 대통령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을 안 밀어주면 국가가 어떤 꼴이 될 것인가’라고들 TK 사람들은 걱정한다. 국리민복을 위해 사리사욕을 희생할 줄 아는 헌신적인 사람들이다.▶김부겸=반응이 갈리는 것 같다. 처음부터 박 대통령을 밀어온 시니어 주민들은 여전히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주니어들은 이 정권이 저물고 있으니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미래를 여는 실험을 하자고 주장한다.



-김무성·문재인 여야 대표 간 합의를 놓고 벌어진 여권 내부 갈등을 이야기해 보자.▶김문수=지난해 9월 내가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때 주 의제가 오픈프라이머리였다. 1년 가까이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며 내가 설계한 것이다. 그런데 안심번호제처럼 휴대전화 여론조사만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야당의 꼼수였다고 생각한다.▶김부겸=청와대가 보기에는 김 대표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권의 이익을 내줬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또 우리 당에선 비주류 중심으로 모바일 투표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여야 모두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김문수=국가적 위기상황 돌파를 위해 여당이 뭉쳐야 한다. 새누리당이 다 합쳐 봐야 53% 의석 아니냐. 야당은 브레이크 역할만 하는데 우리끼리 분열하면 국가가 표류한다. 아베의 일본, 시진핑의 중국, 푸틴의 러시아처럼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김부겸=김대중 승리의 역사를 경험한 사람과 노무현 승리를 경험한 사람들 간에 공통의 큰 경험이 없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위기감이 더 커지면 나아지리라 본다. 야권은 조그만 신당 하나만 나와도 이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통합진보당과 손을 잡기도 했고 ‘와 뺄개이(빨갱이)들 하고 손잡았노’라며 내가 지역에서 욕을 먹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짧은 지역구 활동과 배타적 정서라는 어려움을 안고 있는데.▶김문수=(답답한 듯)‘여는 뭐 하러 왔노’라고 물을 때가 가장 난처하다. 꾹 참고 ‘고향을 오래 떠나 있었다’고 설명한다.▶김부겸=처음 대구에 왔을 땐 ‘(기호)2번은 뺄개이 아이가’ 하면서 내 면전에서 명함을 찢거나 버리는 일이 많았다. 딸이 그 모습을 보고 울기도 했다. 지금은 상전벽해다. ‘고생한다’며 인사를 걸어오고 밥값을 내주고 가는 분도 있다. 하지만 지역 유지들의 은근한 견제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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