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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의원 “예외 두자” … 학계선 “비례제로 보완”

중앙선데이 2015.10.04 02:21 447호 5면 지면보기

여야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이 1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농어촌 선거구 통폐합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한기호(철원-화천-양구-인제)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다. 전체 면적(4106㎢)이 서울시(605㎢)의 6.8배나 되다 보니 지난 추석 연휴 지역구를 한 바퀴 도는 데만 1박2일이 걸렸다. 지역구 끝에서 끝까지 600㎞가 넘는 산길을 수행 비서도 없이 혼자 운전을 하며 돌아다녔다고 한다.


[선거구 빅뱅 카운트다운] -하- 농어촌 선거구 해법 없나

 하지만 지역구 내 인구가 계속 줄면서 내년 총선에서 인근 지역과 통폐합될 위기에 놓였다. 한 의원은 “2010년 재·보궐선거 당선 이후 6년 동안 지역구를 열심히 다녔지만 아직도 인사를 하면 처음 봤다거나 왜 이렇게 안 오느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군마다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지금보다 지역구가 더 넓어지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단일안 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현행 246석의 지역 선거구 수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 하한(13만9473명)에 미치지 못하는 농어촌 지역구 중 최대 13곳이 통폐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직격탄을 맞은 여야 농어촌 의원 10여 명은 1일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지역구 사수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남원-순창)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마을을 한 번씩만 다니는데도 5개월이 걸렸다”며 “산업화로 농촌을 피폐하게 만들어놓고, 인구가 적다고 국회의원까지 없앤다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한기호 의원도 “농어촌 지역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회 본회의 표결을 물리적으로 막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구획정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력이 미치는 바다 면적까지 포함하면 서울시의 24배(1만3744㎢)에 달하는 이 넓은 지역을 국회의원 1명이 관리하는 것도 모자라 이마저 줄이려는 게 말이 되느냐(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 무안-신안)”며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내세워 지역구를 지키려는 의원까지 등장했다.



농어촌 지역구 92년 73석서 50석 줄어농어촌 선거구가 줄어드는 건 단순히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새정치연합 김윤덕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선거구 변동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2년 제14대 선거 때 73곳이던 농어촌지역 선거구는 2012년 19대 선거에서는 23곳으로 50곳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의석이 82석(34.6%)에서 112석(45.5%)으로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 의석은 155석(65.4%)에서 134석(54.5%)으로 쪼그라들었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내 지역구의 경우 1년에 1500명의 노인들이 돌아가시지만 유입되는 인구는 거의 없다”며 “이대로 가다간 10개 군을 다 합쳐야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세헌 경북대 교수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확보하는 건 농어촌 지역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수록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도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구 적은 도에 1석씩 예외 선거구를”그렇다면 인구 대표성을 강화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충족시키면서도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살리는 묘수(妙手)는 없을까. 중앙SUNDAY는 헌법재판소의 인구 하한 기준(13만9473명)에 미치지 못해 통폐합 위기에 놓인 농어촌 의원 20명 중 18명(무응답 2명 제외)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해 지역 대표성을 살리기 위한 복안을 물었다.



 조사 결과 “지역구 의석수와 별개로 현행법에 예외 규정을 넣어 ‘농어촌특별선거구’를 만들자”(5명)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현행 246석 기준으로 인구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놓되, 강원과 충북 등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도별로 1석씩 예외적으로 농어촌특별선거구를 만들면 인구 기준을 맞추기 위해 농어촌 지역에 기형적인 선거구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어촌특별선거구가 헌법에 명시된 투표 평등의 가치를 위배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휘원 평택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구 선출직 의원이란 땅이나 나무가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인구비례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지역 대표성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이를 훼손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대신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자는 주장(3명)도 많았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그동안 비례대표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았다”며 “비례대표 의석수를 15석 이상 대폭 줄이고 그만큼 지역구 수를 늘리면 지역 대표성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등 3명은 획정 기준에 ‘4개 자치구·시·군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최소 1명으로 한다’는 예외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을 펼친다. 4개 이상의 행정구역이 합쳐진 매머드급 선거구의 등장을 막자는 얘기다.



 다른 접근법을 제시하는 의원도 있었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2대 1의 인구 기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선 지역구 수를 10석 이상 늘린다고 해도 대부분 농어촌보다는 도시 지역에서만 의석이 늘어나게 돼 있다”며 “차라리 비례대표 후보로 농어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지역 전문가를 공천하는 게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대도시엔 2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농촌 지역엔 1인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살리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새정치연합 김승남 의원), 농어촌 지역은 어린아이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유권자인 점을 감안해 인구가 아닌 유권자 수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한다(새정치연합 김춘진 의원)는 다양한 주장도 나왔다.



선거제도 개편서 해답 찾아야전문가들은 농어촌의 특수성을 인정해 지역구 통폐합을 최소화할 경우 일시적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표의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는 무리한 방안을 도입하는 것보다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안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지금처럼 전국을 하나의 단위로 해서 비례대표를 뽑기보다 각각의 지역 대표성을 살리기 위해 권역별로 구분해서 비례대표를 따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선거구는 철저하게 인구 비례에 따라 나눠서 인구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각 권역에 미국의 상원의원처럼 인구 수에 상관없이 동일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선거구를 획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지역 대표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구 수를 기계적으로만 적용해 농어촌 선거구를 통폐합하기보다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 선거구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구 상·하한선에 근접한 지역구의 경우 행정구역, 지리적 인접성, 면적 등을 탄력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선거법에 예외 또는 유연한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인구 대표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소된 지역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고, 공정성을 빌미로 한 정치적 다툼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획정위원은 “현행법에 명시된 자치 구·시·군 분할 금지 원칙에 대한 적용 예외 지역을 현재(4곳)보다 늘리는 방식으로 농어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자칫 특정 지역의 의석을 늘려주는 식으로 게리맨더링을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조희형 인턴기자?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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