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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이어주는 ‘달빛동맹’ 민간·정치권으로 확산

중앙선데이 2015.10.04 02:12 447호 6면 지면보기
‘달빛동맹’이 뜨고 있다. 달빛동맹이란 대구의 옛 명칭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 명칭인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대구와 광주 간의 교류협력사업을 일컫는다. 이제 대구·광주를 넘어 영호남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국회 차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영호남 지역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단순 교류 수준을 넘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영호남 간 협력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달빛동맹은 2009년 7월 ‘지역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협약’ 체결이 그 시작이다. 두 도시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을 앞둔 상황에서 한 곳이 복합단지로 선정되더라도 양쪽의 연구시설과 생산장비를 공동 활용하자는 게 골자였다.


지역주의 깨는 영호남 교류협력사업

2013년 3월엔 달빛동맹 교류협약을 공식 체결한 뒤 지난 5월에는 달빛동맹민관협력위원회까지 출범하면서 민간 차원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위원회는 88고속도로 조기 확장과 대구~광주 간 내륙철도 건설 등 5개 분야 23개 과제를 협력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달빛동맹은 상호 이해 증진과 교류협력을 넘어 이익동맹 단계로까지 발전했다”며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교류가 제도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2013년 12월 출범한 국회 동서화합포럼은 ‘국회판 달빛동맹’이다. 새누리당 경북 지역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전남 지역 의원들의 모임인 동서화합포럼은 영호남 협력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시키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88고속도로 확장공사에서도 지난 2년간 예산 1조원을 확보해 올 연내 완공 목표를 성사시켰다. 포럼 관계자는 “동서 간 교류가 없는 이유는 감정적 갈등보다 교통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돈이 드는 기반시설 조성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역시 지난해 전남·경북 현안간담회를 시작으로 협력체제를 갖췄다. 민간 차원에서는 이미 영주 사과와 나주 배를 반반씩 섞어 포장 판매하는 ‘사과하면 배가되는 홍동백서’ 사업이 성공 협력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시작된 셈이다. 양 지역은 조선감영 역사고도 복원사업과 백신글로벌산업화 기반 구축사업 공동 유치 등에 함께 나섰다. 지난 23일에는 김관용 경북지사와 이낙연 전남지사가 1억원씩 기탁한 ‘영호남 상생 장학기금’도 출범했다.



이 같은 협력은 수도권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태일 교수는 “대구와 광주가 경제 규모로 전국 꼴찌에서 1~2등을 다투는 상황이라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증대됐다”며 “이익 공유를 넘어 남부권 경제공동체와 같은 강력한 체제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은 “정권을 출범시킨 지역이지만 오히려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했던 대구·경북(TK)-호남의 연합 신당이야말로 한국 정치에서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실질적 성과보다는 보여주기 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해 보니 협력사업이란 게 실제로 서로 몇 번 방문하는 수준에 그쳐 가시적인 성과는 그리 많지 않았다”며 “이 정도로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 교수는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호남 교류를 늘려 나가는 것은 맞지만 지나친 기대를 하면 안 된다”며 “협력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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