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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도 언론 역할 불변 광고주는 선정적 기사 관심 없다

중앙선데이 2015.10.04 02:06 447호 8면 지면보기

플립보드 스마트폰 앱 초기 화면. 매거진 스타일과 주제별 카테고리가 핵심이다.



지난 6월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내장될 자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애플 뉴스’를 발표했을 때 미국 언론의 반응은 “플립보드와 똑같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만큼 플립보드는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 제공하는 큐레이션 방식 뉴스 서비스의 원조 격이다. 2010년 창업한 플립보드는 소셜매거진을 표방한다. 큼지막한 사진을 앞세운 시원시원한 디자인이 잡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어 버전엔 없지만 광고도 깔끔하고 세련되게 만든다. 수준 높은 독자를 끌어모아 관심사를 공유하게 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총 2억1000만 달러(약 2484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재정적으로도 순항하고 있다. 미국 팰로앨토 플립보드 본사에서 만난 조슈아 퀴트너(전 타임·포춘지 편집인) 편집 총책임자는 “디지털시대라고 권위지까지 선정적인 제목 달기에 몰두하면 망하기 십상”이라며 “지식인과 광고주가 좋아하는 퀄리티 저널리즘으로 언론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50년] 플립보드 편집장 조슈아 퀴트너

-언론사가 어떤 콘텐트를 생산하길 원하나. “훌륭한 스토리, 독보적인 콘텐트라면 어떤 종류이건 다 원한다. 디지털시대에도 메이저 언론의 사명은 종전과 같다. 군소 매체도 다 쓰는 기사는 취급하지 않는 게 낫다. 자기만의 고급 정보를 찾고,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세련되게 각색하고, 무엇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할 생각을 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한다고 기자들이 기술적인 고민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스토리를 발굴하고, 그 뒤의 진실을 찾고, 그걸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어 독자의 반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훌륭한 콘텐트의 사례를 들어 달라. “플립보드는 크게 매거진과 토픽(주제)의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자가 자기 관심 분야를 설정하기 때문에 콘텐트가 독자를 찾아가는 구조다. 나는 자동차, 특히 클래식 카에 관심이 많다. 뉴욕타임스 같은 메이저 매체도 클래식 카에 대한 기사를 싣긴 하지만 많지는 않다. 반면 플립보드에선 단순히 기사만 읽는 게 아니라 클래식 카에 대한 모든 콘텐트를 접할 수 있다. 요즘은 언론사들도 ‘시리아 내전’ ‘파리 여행정보’처럼 토픽별로 기사를 모아 제공한다. 언론사는 기사만 쓴다는 생각을 버리고 복합적인 콘텐트 제공에 나서야 한다.”



-콘텐트 생산도 중요하지만 배포 방식도 중요하다. “언론사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기사가 뜬다. 하지만 평균 이용자는 그중 5~6개의 기사만 들어가 읽고 관심을 보인다. 언론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용자 분석을 면밀하게 하는 것이다. 분석도 없이 자기 출입처(beat)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이 기사, 저 기사를 계속 올리면 곤란하다. 이용자가 관심을 가진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플립보드가 연결해 준다. 당신이 훌륭한 콘텐트를 만들었다면 그 콘텐트가 관심 있는 사람에게 도달하는지, 어떻게 하면 관심 있는 독자를 찾을 수 있는지 치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이용자의 관심을 끌려다 보니 선정적인 기사에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 “서구의 저명한 언론사들은 그렇지 않다. 선정성의 문제는 종이신문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타블로이드지는 저급한 콘텐트로 짭짤한 장사를 했다. 반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권위 있는 콘텐트로 돈도 많이 벌고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디지털시대라고 권위지까지 선정성 경쟁을 할 수는 없다. 그건 저급한 매체들이 더 잘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예쁜 고양이 사진이나 불륜 이야기는 지식인·광고주들이 좋아하는 콘텐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를 이끌어 가고 돈이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은 다양한 방면의 전문성과 퀄리티를 추구한다.”



-디지털시대엔 기자의 역할이 줄어들었단 얘기도 나온다. “얼마 전 중국 톈진(天津) 폭발사고의 영상은 촬영기자가 아닌 일반인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동영상 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이렇듯 훌륭한 콘텐트는 독자에게서, 또는 독자와의 협업에서 나오기도 한다. 또 언론사 내의 경영·광고마케팅·엔지니어·디자이너들의 역할이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라고 기자들이 기술·경영적인 측면에 얽매여선 곤란하다. 세상이 바뀌어도 양질의 콘텐트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감각, 디지털적인 사고의 프레임은 갖춰야 한다. 감이나 능력 없이 의욕만 앞서서 뛰어들면 일을 그르치게 마련이다.”



-플립보드는 수익을 내고 있나. “우리 수익구조의 핵심은 언론사, 그리고 이용자다. 우리가 돈을 벌어야 언론사와 돈을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언론사와 수익을 나누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광고를 붙이고 우리에게 수익을 나눠 주는 경우도 있다. 광고를 만드는데도 심혈을 기울인다. 종이잡지에서 영감을 얻은 깔끔한 광고를 싣는다. 한마디로 수준 높은 광고다. 팝업 광고처럼 지저분하지 않고 하나의 작품과 같은, 아름다운 풀 페이지 광고를 만든다. 종이잡지에선 할 수 없는 그래픽 기능을 넣기도 한다.”



-페이스북·트위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우리는 플립보드를 소셜미디어 대신 소셜매거진이라고 부른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는 영역이 다르다. 페이스북이 친구와의 교감 중심이고, 트위터가 속보 중심이라면 플립보드는 관심사 공유 사이트다. 관심사를 공유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또 새로운 콘텐트를 생산해 내기도 한다. 앞으로 대화 기능을 추가하려고 한다. 편집하는 사람들만 갖고는 안 된다. 한 커뮤니티 전체를 플립보드 네트워크에 유입시켜야 한다. 플립보드는 관심사와 열정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지적인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디자인 철학이 있나. “항상 플랫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콘텐트 하나를 놓고 웹과 모바일에 똑같이 공급하면 안 된다. 플랫폼별로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다르게 디자인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디자인 아이디어는 전통적인 종이잡지에서 많이 얻는다. 우리는 그것을 플랫폼에 맞춰 보려 노력하고 있다. 파트너 언론사의 고유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려 하는 것도 디자인 철학 중 하나다.”



-앞으로 플립보드의 발전계획은. “플립보드는 창업한 지 이제 5년밖에 안 됐다. 사람들은 아침과 점심, 저녁에 관심사가 다 다르다. 또 저녁시간이라고 매일 똑같지 않다. 어떤 밤에는 사진을 보고 싶고 어떤 밤에는 음악을 듣고 싶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간단하게 풀겠나. 개편을 하고 나면 즉시 불만이 생긴다. 계속 고칠 생각을 해야 한다. 고생했다고 안주하면 당장 문제가 생긴다.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끝없이 연구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팰로앨토(캘리포니아)=박성우기자?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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