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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권서 시작된 통독 정책, 정권 바뀌어도 일관되게 추진

중앙선데이 2015.10.04 01:57 447호 10면 지면보기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들의 마음속에 형성된 동독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거부, 서독의 민주사회가 자신들의 지향체제임을 깨닫고 스스로 선택한 동독 주민들 의지의 산물이었다. 동독 정권에 대해 너희가 그토록 주인이라 선전했으나 실상은 억압과 굴종을 강요당한 “우리가 바로 그 국민이다(Wir sind das Volk)”라고 행진해 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 이어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Wir sind ein Volk)”라고 외치며 통일의 길로 나아갔다.



 통일의 결정적인 마침표 역시 동독 주민들에 의해 이뤄졌다. 90년 3월 18일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실시된 자유로운 총선거에서 서독체제로의 조속한 편입을 통한 통일을 동독 주민들 다수가 지지했다. 법적 통일은 90년 10월 3일에 이뤄졌지만 바로 이날이 ‘독일 민족의 통일날’이었다. 선거를 통해 통일에 대한 ‘민족자결권’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 어느 국가, 어느 민족도 독일 통일을 반대할 명분을 근원적으로 잃어버리게 되었다.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서독체제로의 평화적 합의통일의 기반은 ‘신동방정책(Neue Ostpolitik)’에 입각해 서독이 추진했던 대동독정책, 즉 ‘독일정책(Deutschlandspolitik)’에 의해 마련되었다. 서독은 접촉과 교류를 통해 우선 건너편 동포들의 삶을 개선하고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느끼도록 하겠다, 그리고 통일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서독은 ‘접근을 통합 변화(Wandel durch Annaherung)’의 원칙을 가지고, 단계적인 ‘작은 걸음걸음의 정책(die Politik der kleinen Schritte)’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독일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큰 변화 없이 추진되어 진보당 정권에서 출발한 정책의 성과는 보수당 정권에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교류협력을 통해 동독 주민들의 삶이, 인권상황이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25년간 독일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통합의 과정을 무리 없이 이끌어낸 독일은 분단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국을 만들었다. 국력에 걸맞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자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세계무대에서 정치강국으로 활약하고 있다. 군사적 자주권을 회복했음은 물론이고, 국력에 걸맞은 군사적 역할도 세계적 차원에서 찾고 있다.



 엄청난 통일비용이 소요되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이제는 ‘엘베강의 기적’을 바라보는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유럽연합(EU) 28개국 전체가 생산하는 총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3분의 1을 통일독일이 차지하고 있다. 동·서독 주민 간의 심리적?정서적 이질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사회통합도 진전되고 있다. 통일 15년 만에 동독 출신의 여성 앙겔라 메르켈이 연방 총리가 되어 지금까지 국가를 이끌고 있다. 현재 연방 대통령도 동독 출신인 요아힘 가우크이며, 연방의회 의장,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과 감독도 동독 출신을 거쳤다. 통일된 독일은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적으로 강력한 국가를 지난 25년 동안 건설하였다.



 우리는 독일통일 25주년을 맞으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적 의지를 다시 한 번 통일할 때다. 독일통일로부터 우리가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찾아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정에 맞는 우리의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끝까지 가야만 할 통일의 길을 만들고 걸어가는 데 모두가 힘을 함께할 때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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