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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균 수임 2건 미만 … 서초동 법조타운 빈 사무실 즐비

중앙선데이 2015.10.04 01:39 447호 15면 지면보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변호사들이 사무실을 구하기 힘들었던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임대빌딩도 빈 공간이 늘고 있다. 변호사들의 이름을 뗀 간판과 그 아래에 보증금과 월세를 적은 사무실 임대 광고가 줄을 이어 붙어 있다. 김춘식 기자



대한제국시대인 1905년 우리나라에 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109년 만인 지난해 9월 박선영(30·로스쿨 3기) 변호사가 2만 번째 변호사 배지를 달았다. 세상을 떠나거나, 등록 취소된 이를 제외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실제 등록(휴업 포함)된 변호사는 1만9835명이다. 국민 5100만 명을 기준으로 2571명당 1명이다. 서울변호사회 산하 법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국민 249명당 1명인 미국과 496명당 1명인 독일보다는 적지만 3625명당 1명인 일본보다는 많은 편이다. 10년 전 6200명당 1명에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다. 2012년 첫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사법시험 출신과 함께 배출되면서 불과 4년 만에 8000명의 신규 변호사가 탄생한 결과다. 하지만 서비스 질 향상은 제자리걸음이고 생존경쟁을 둘러싼 부작용의 폐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SUNDAY는 ‘대한민국 변호사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법조타운 등을 통해 업계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로스쿨 출범 6년 … 변호사 2만 명 시대의 그늘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6개 법원과 검찰청이 모여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5000여 명의 변호사가 활동하는 곳이다. 하지만 건물마다 ‘임대’ 광고가 걸려 있다. 법조타운의 가장 오래된 변호사 빌딩인 ‘J빌딩’을 찾았다. 법원과 검찰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5층짜리 빌딩은 1988년 세워진 뒤 판사·검사 출신도 사무실을 얻기 힘들던 곳이다. 1층 로비는 한산했고, 각 층도 의뢰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빌딩에 입주한 정진열(42·사시 32기) 변호사는 “의뢰인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때는 옛날이고 지금은 월세를 못 내 주인이 바뀌는 사무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는 사무실 유지가 어렵거나 다른 길을 찾아 휴업한 변호사가 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생존경쟁 정글의 법칙에 내몰린 변호사들의 일탈이 늘어나고 있다. A변호사는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의뢰인에게 2000여만원을 빌렸다가 사기죄로 기소돼 지난 7월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변호사는 사건을 맡기로 하고 착수금만 받아 챙긴 뒤 잠적했고, C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겨 의뢰인이 받게 된 돈을 가로챘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2005~2014년 징계를 받거나 형사처벌로 등록이 취소된 변호사는 모두 396명이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매년 2000명씩 배출된 2012년 이후 152명(전체의 38.4%)이 징계를 받았다. 의뢰인의 돈을 떼먹은 경우가 60건을 넘었고, 구치소 수감자를 위해 담배 심부름 등을 해준 ‘집사 변호사’도 10명이나 됐다. 올해도 자신이 담당한 사건을 부풀려 전문지에 보도하도록 했다가 과태료 1000만원의 징계를 받은 D변호사 등 17명이 징계를 받았다.



일자리 찾으려 부모 인맥 총동원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2013년 회원 1만2000여 명의 1인당 수임은 24건이었다. 평균 월 2건밖에 맡지 못한 셈이고, 지난해에는 1.9건까지 떨어졌다. 한 달에 3건 정도를 맡아야 순수입으로 300만~500만원 정도가 남는다는 변호사들의 주장을 감안하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알 수 있다. 법무법인(로펌)의 변호사가 포함된 통계여서 한 달에 1건도 맡지 못한 변호사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개업 10년차 박원경 변호사는 “규모가 큰 자문과 소송은 전관 변호사 등 많은 변호사를 거느린 로펌이 독식하고 있다”며 “그 외 변호사는 소규모 사건을 두고 치열한 전쟁 중”이라고 전했다.



 변호사들은 낚시성 광고도 서슴지 않는다. ‘성매매 사건 전문’ 변호사와 ‘무료법률상담’이 대표적이다. 경찰의 단속에 걸린 성매수 남성을 위해 수십만~100만원만 받고 박리다매(薄利多賣) 영업에 뛰어들거나, 포털사이트에 ‘무료법률상담’을 앞세워 의뢰인을 현혹시킨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성매수 남성이 법망을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무료상담을 보고 찾아온 의뢰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은 ?내년에 외국 로펌에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변호사 수 조정과 윤리 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신’을 구분하는 일도 생겼다. 일부 사시 출신들은 명함에 ‘사시 ○○기’를 넣어 로스쿨 출신이 아님을 강조한다. 사시·로스쿨 출신 차별은 기업과 로펌의 사내변호사 채용에서도 나타난다. 대기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직급은 대리급으로 동일해졌지만 능력과 상관없이 사시 출신은 대리 최고 호봉으로, 로스쿨 출신은 대리 1호봉을 적용해 급여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출신별로 연봉이 두 배까지 벌어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로스쿨 출신이 실무수습 기간에 무급으로 일하는 사례가 알려져 ‘열정 페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로스쿨 출신에 대한 대우가 야박하자 부모가 인맥을 동원해 자녀의 구직에 나서는 일도 생겼다. 현대판 음서제 얘기가 나왔고, 2017년 폐지가 예정된 사시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법원이나 검찰 등에서 퇴직한 ‘전관 변호사’는 더 귀한 몸이 됐다. 2012년 이후 청년 변호사는 급증한 데 반해, 전관 변호사는 관피아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차관급 이상의 고위 법관들이 수십 명씩 개업했지만 최근에는 10명 안팎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카톡·출장 상담으로 활로 찾기도 활로를 찾는 변호사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법무법인 율촌에 5년간 근무하다 홀로서기에 나선 박효연(33·사시 39기) 변호사는 동료들과 실시간 유료 법률상담 예약 사이트를 만들었다. 사무실은 ‘두 평짜리 소호(SOHO) 센터’를 임대했다. 그는 “소송은 하지 않고 자문만 하는데 비용과 시간 절약을 위해 카카오톡 상담도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 주고 환불 시스템까지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변호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계약관계가 고객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의뢰인을 직접 찾아 나서는 ‘출장 상담’은 개업 변호사가 1만 명을 넘긴 2008년 시작됐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공익사건 전담 변호사도 늘고 있다.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으로 만든 공익재단에 근무하거나 개별 모임을 구성해 무료 변론을 한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공익 전담 변호사가 50명을 넘어섰고, 관련 모임과 단체도 늘고 있는 추세다. ‘법조공익모임 나우’에서 활동 중인 박애란(35·로스쿨 3기) 변호사는 “공익적 활동을 강조한 변호사법의 원래 목적에 부합한 활동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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