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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100% 활용법

중앙선데이 2015.10.04 01:30 447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 강일구



“주치의요? 내가 무슨 부자인가요, 그런 걸 두고 살게….”


요즘 웰빙가에선

 집에서 가까운 병원의 주치의가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이상소견의 경과관찰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 얘기에 어김없이 돌아오는 환자들의 대답이다.



 건강검진 결과 당장 수술을 하거나 약물치료를 받아야하는 경우 말고, 3개월 혹은 6개월 이내에 다시 한 번 경과관찰을 해야 하는 수가 흔히 있다. 주소지가 병원 근처거나 원래 내게 외래 진료를 받던 분이라면 당연히 내가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먼 곳에 살면서 자식들 손에 끌려 평생 처음 검진받으러 온 분이나 고혈압·당뇨병 등으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검진결과지를 해당 병원에 보여주고 경과관찰을 하게끔 권해 드린다. 그럴 때마다 입버릇처럼 “주치의한테 꼭 보여드리세요” 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만 주치의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회장님이 흥분하며 ‘억’하고 쓰러지면 왕진가방을 들고 와서 수액을 달아주며 “위험한 고비는 넘기셨으니 걱정마십시오”라고 얘기하는 의사 말이다. 나를 오랫동안 봐 오면서 내 건강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묻고 상담할 수 있는 의사가 진정한 의미의 주치의다. “주치의는 없고, 그냥 동네병원에서 약만 타서 먹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 동네병원 의사가 당신의 주치의”라고 얘기해주면 곧잘 이해한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정기건강검진이 일반화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검진으로 발견한 문제 중 아주 위중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 위험 요인인 흡연, 과도한 음주, 비만 등과 간기능 이상, 이상지질혈증, 높은 혈압 혹은 혈당이다. 매년 나오는 소견이지만 당장 불편한 증상은 없고 큰 일이 벌어진 적도 없으니 신경 안 쓰고 방치하기 일쑤다. 지속적인 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주치의가 있었다면 그런 이상 소견을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만화영화 ‘빅히어로’는 내용도 감동적이었지만, 주인공 앞에 ‘개인건강 도우미(personal healthcare companion)’라 자처하는 친구 로봇이 등장하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은 머지 않은 미래에 이런 건강관리 로봇을 생산해낼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겐 익숙한 동네의사처럼 건강관리 매니저 역할을 해 줄 마음 통하는 주치의가 필요하다.



 각종 공과금은 언제까지 내야하는지, 애들 학원비 마감일은 언제인지, 집안에 챙겨야 할 대소사는 언제인지 다 기억하기도 어렵다. 하물며 의사가 아닌 이상, 건강상태와 나이·성별 등을 고려해 언제 어떤 검진을 받야야 하는지, 검진에서 나온 이상소견은 언제 다시 검사를 해야 하는지, 만성질환에 대한 합병증 관련 검사는 언제 받아야 하는지…. 이처럼 건강 관련 일정을 꼼꼼히 챙기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평생건강관리 계획을 짜주고 제때 조언해 줄 수 있는 건강관리매니저를 가까이에 둘 필요가 있다.



 책상 한 구석에 던져 둔 올해 건강검진 결과지를 꺼내 나의 주치의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평생건강관리를 시작해보자. 내 자신보다 더 값진 명품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박경희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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