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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별용 공 번호 취향 각양각색 … 아이 셋 둔 양용은 3번 애용

중앙선데이 2015.10.04 01:00 447호 23면 지면보기
멋지게 샷을 했는데 공이 러프 쪽으로 날아간다. 앞서 샷을 한 동반자의 공이 떨어진 곳과 가까운 위치다.



“앗, 여기 있다!”


정제원의 골프 장비록 골프공 -5-

서둘러 세컨드 샷을 하고 그린 쪽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간다. 그런데 동반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혹시 제 공 못 보셨나요. 분명히 이 근처에 떨어졌는데 제 공이 사라졌네요.”



그제야 공을 찾아서 번호를 확인해본다. 나는 분명히 3번 공을 쳤는데 이 공엔 1번이 찍혀있다. 아뿔싸-.



라운드 도중 자기 골프공이 아닌 남의 공을 쳐본 경험, 주말 골퍼라면 한 두 번씩 있을 것이다. 샷을 하기에 앞서 공에 인쇄돼 있는 번호만 확인했더라도 이런 실수는 없었을 테지만 주말 골퍼들의 경우 종종 이런 실수를 한다.



골프공엔 번호가 인쇄돼 있다. 타이틀리스트, 볼빅, 스릭슨, 브리지스톤, 캘러웨이 등 모든 메이커의 공엔 번호가 찍혀있다. 왜 번호가 있는 걸까. 축구공·야구공이나 탁구공엔 번호가 없지 않은가.



골프공에 번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60년께다. 이 해 브리티시 오픈에서 번호가 찍힌 공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번호를 인쇄해 넣은 것은 1930년대다. 1934년 던롭이 65타를 뜻하는 ‘Dunlop 65’란 공(왼쪽 사진)을 만들었다. 이후 번호를 인쇄해 넣는 게 일반화 됐다. 번호를 단 가장 큰 이유는 식별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보통 3~4명이 똑같은 흰색 공으로 라운드를 하다보면 어떤 게 자신의 볼인지, 동반자의 볼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제조업체가 공에 번호를 매기기 시작했다. 대개 1~4번이 많지만 5~8번도 있고, 간혹 0번도 있다. 최근엔 00, 11이나 99 등 두자릿 수 번호가 새겨진 공도 나온다.



프로골퍼들은 특정 번호의 공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양용은은 유독 3번을 좋아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33회 졸업인데다 아이들도 3명이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도 그는 3번 공을 사용한 끝에 우승했다. 3은 또 파4홀에서 버디를 뜻하는 숫자다. 잭 니클라우스는 4번, 호주의 애덤 스콧은 9번 공을 선호한다. 물론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대부분의 골퍼들 사이엔 ‘넘버1’을 뜻하는 1번이 인기다. 반면 2번과 4번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2는 ‘2인자’나 ‘준우승’을 연상시키고, 4는 ‘죽을 사(死)’자로 동양권에선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다.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지만 골프공에 두 자릿수로 압축강도(compression)를 표시한 적도 있었다. 이를테면 80은 여성골퍼에 적합한 공, 90은 일반 남성 골퍼용, 100은 스윙 스피드가 빠른 골퍼를 위한 공이었다.



세 자리 숫자를 새겨 넣은 경우도 있다. 공에 인쇄된 300 또는 400대의 숫자는 딤플의 개수를 표시했다. 요즘엔 압축강도나 딤플 수를 굳이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제조기술이 발달하면서 압축강도나 딤플 수보다 탄도나 소재가 볼의 성능을 위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운드 도중 실수로 남의 공을 쳤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치면 다시 원위치에 돌아가서 샷을 해야 한다. 물론 2벌타를 받는다.



 



도움말 주신분



던롭코리아 김세훈 팀장, 아쿠시네트 김태훈 차장, 볼빅 홍유석 이사, 박승근 차장



 



정제원 기자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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