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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화성 정착 꿈, 최대 난관은 ‘방사선과의 전쟁’

중앙선데이 2015.10.04 00:51 447호 25면 지면보기

1 최근 미 항공우주국은 화성에서도 계절에 따라 물이 흐른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어두운 경사면이 계절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소금물이 흐른다는 증거다.

2 실제 색깔로 나타낸 화성의 모습.



할리우드의 로드무비를 보면 서부 평원에 놓여져 있는 도로는 먼지 밑에 파묻힌 길의 흔적처럼 보인다. 그 길을 따라서 주인공은 돌아갈 수 없는 곳을 뒤로 하고, 잘 알지 못하는 희망을 향해서 속도를 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작하고 있는 화성 여행은 이 로드무비 형식을 많이 닮아 있다.


[송용선의 인터스텔라] NASA의 화성 탐사 50년

화성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세운 사람은 퍼시벌 로웰 (Percival Lowell)이었다. 1883년 조미(朝美)수호통신사 홍영식이 만났던 그 젊은 미국인이다. 그는 미국 천문학의 뿌리가 된 로웰 천문대를 애리조나에 건설하고 행성 관측에 전념한다. 19세기에는 화성에 침식지형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었고, 로웰은 그가 건설한 망원경으로 그 물길을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는 가깝지 않다. 물길로 추정되는 곳이 정말 침식 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 확증을 얻기 위해서는 근접촬영을 해야 한다. 19세기에는 화성에 비행체를 근접시킬 기술이 없었다. 로웰이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지상 망원경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과 화성의 물길을 따라가는 여정의 사명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것이었다.



  미·러 경쟁으로 화성 탐사 가속화혼자 달려가는 로드무비는 없다. 추격하는 경찰이 없었으면 ‘델마와 루이스(1991년 영화)’의 이야기는 극적으로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화성으로 궤도선을 먼저 쏘아 올린 것은 러시아였다. 여기에 자극받은 미국도 NASA를 중심으로 궤도선 탐사 연구 경쟁에 뛰어 든다.



1970년대 초 마침내 NASA의 마리너(Mariner) 3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해 근접촬영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지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밀한 화성 지표면 사진이 전송됐다. 아쉽게도 흔한 분화구 이외에 특별한 다른 지형지물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후속 탐사 궤도선 마리너 9호는 물이 흐른 흔적을 간직한 스캐멘더 계곡을 발견한다. 물에 의한 침식 작용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지형이었고, 모두가 결론을 먼저 말하는 것을 주저했지만 화성에는 물이 있었다. 이 때 부터 NASA의 화성을 향한 로드무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NASA가 화성의 물길을 따라 50여 년을 탐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할 수 있는 것, 혹은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신진대사를 할 수 있는 유기체 정도면 될까? 우리가 화성에서 찾는 생명은 지구를 정복할 외계인이 아니다. 유기분자들이 물과 결합해 화학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체를 찾고 있다. 우주에서 유기분자는 흔하게 발견된다. 그런데 이 유기분자가 물과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온도가 낮으면 얼음이 되고, 온도가 높으면 수증기가 돼버리는 것이 물이다. 이 넓은 우주 공간에 물이 녹는점과 끓는 점 사이에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지구와 화성은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기적같은 그린존(Green Zone)에 위치하고 있다. 화성도 지구처럼 비스듬하게 누워서 태양을 돌고 있다. 따라서 화성에도 겨울이 있고 여름도 있다. 겨울에는 영하 50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지만, 여름이 오면 기온이 영상 30도까지 올라가는 지역도 생긴다. 이 때 물이 녹아 지금까지도 지표면 아래에서는 강이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2년 8월 화성에 착륙한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외계 생명 발견은 지동설 맞먹는 사건NASA가 찾고 있는 물길은 과거의 흔적도 아니고, 극지방에 얼어 있는 얼음도 아니다. 녹아서 흐르고 있는 물을 찾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곳에 물에 용해돼 화학반응을 하는 유기분자 집합체, 즉 외계 생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담론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종교·철학 분야로 확장된다. 외계생명의 존재는 생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버금가는 위대한 발견임에 틀림이 없다. 그 일을 NASA가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아주 지루한 탐사가 20여년 간 지속됐다. 1990년대 중반에는 화성에 착륙한 로버(Rover)가 이동을 하면서 지형을 촬영하고 토양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낮은 의자 정도 크기의 소저너(Sojourner)에서 사람 크기의 로버까지 다양한 착륙선들이 화성을 탐사했다. 수 십㎞ 정도만을 여행할 수 있는 착륙용 로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정밀한 관측 장비를 실은 궤도선도 쏘아 올렸다. 과거에 물이 흐른 흔적이 있었고, 분명히 얼음도 존재했지만 흐르고 있는 물이 없었다.



지루한 탐사 작업과 자료 수집이 계속되고 있었던 2010년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네팔 출신의 루젠드라 오자 (Lujendra Ojha)는 분화구 가장자리에 형성된 어두운 경사면(SLR)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것을 발견한다. 화성에 여름이 오고 영하 20도 정도로 기온이 올라갈 때 이 지역에는 나뭇잎 무늬처럼 100여 m에 걸쳐 검은 물길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고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검은 물길은 사라져 버렸다.



5년 간의 후속 연구 끝에 어두운 경사면에 소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높은 염분 농도로 어는점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곳으로 2020년에는 우주생물 탐사를 수행할 수 있는 로버를 보낼 것이다. 젖은 땅을 시추하고 표면 아래 토양 속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고자 할 것이다.



NASA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중요한 요인은 자료 공개 원칙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NASA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하고 싶으면 제안서에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이러한 공개 원칙은 탐사 자료 분석에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번 같은 뜻밖의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3 화성의 소금물 개천은 폭이 5m 내외, 길이 100m 내외인 가느다란 줄 형태로 영하 20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생겼다가 그 아래로 온도가 내려가면 사라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소금물 흔적 확인은 자료공개원칙 덕분그렇다면 화성의 그곳에 생명이 있을까? 새로운 생명이 발견되더라도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지구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들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철저하게 소독하더라도 사람 키 정도의 착륙선에 단 하나의 미생물도 섞여 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화성에서 발견한 미생물이 지구의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외계의 생명체일까? 인류사적인 발견에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NASA의 화성 로드무비는 여기까지다. 차세대 로버가 외계 생명을 발견한다면 영화의 훌륭한 엔딩이 될 것이다. 화성에서 발견한 소금물을 인간 정착에 필요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잠시 멈춰 볼 필요가 있다.



 

4 탐사 로버 오퍼튜니티가 촬영한 화성의 마라톤 계곡.



화성은 죽은 행성이다. 우주는 병원에서 노출되는 엑스레이보다 수만 배 정도 되는 방사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지구에 도달하지 않는 것은 내핵의 회전으로 만들어진 자기장 보호막이 지구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성의 내핵은 이미 회전을 멈췄고 방사선 피폭을 막아줄 보호막이 없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단지 정착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지만 결국에는 해결할 것이다. 단지 문제는 기회 비용이다.



수 억 달러의 범위 내에서 수행되는 화성의 외계 생명을 찾는 무인 화성 탐사계획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그 재원의 단위가 수십억 혹은 수백억 달러 대가 되는 유인 화성 탐사계획 혹은 정착플랜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기회비용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난 NASA의 화성 로드무비 속도를 조금 줄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순수한 도전에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순위를 현명하게 설정하면서 우주 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에는 NASA가 지원하는 ‘마션(The Martian)’이라는 영화가 개봉한다. 이제 화성에 깃발을 꽂기 위한 다음 로드무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다. 과학에도 포퓰리즘이 있다. 지구의 기온을 0.1도 낮추는 일엔 열광하지 않는 우리가 화성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기는 일에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지구처럼 살기 좋은 행성은 없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



 



송용선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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