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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즙에 절인 새우맛 새콤 달콤 짭조름

중앙선데이 2015.10.04 00:33 447호 28면 지면보기



요리할 시간이 다가오자 오스카 에레라 길버트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오히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부인을 응원하러 온 줄 알았는데 호텔 주방에 도착하자마자 팔부터 걷어 부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리아 로우라 데 에레라 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5- 주한 에콰도르 대사 부인의 ‘새우 세비체’

“오늘 아침에 같이 외출 준비하는데 저더러 ‘처음부터 앞치마 입고 가도 되느냐’고 묻더군요. 제가 ‘여보, 안 돼요. 당신은 대사니까 대사답게 갖춰 입어야 해요’라며 겨우 말렸다니까요. 지금 저보다 제 남편이 더 신났답니다.”



실제로 길버트 대사는 그날 구경만 하러 온 게 아니었다. “내가 (부인보다) 요리를 더 잘한다”고 자랑하더니 곧이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요리 철학을 강조했다. “요리는 ‘느낌(feel)’이에요. 저희 부부는 절대 조리법대로 요리하지 않아요. 주로 과감한 실험정신을 펴 보이죠. 그래서 오늘 맛있다고 내일도 똑같이 맛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웃음).”



느낌과 손맛을 강조한 부부가 이번에 선보인 에콰도르 메뉴는 바로 ‘세비체(ceviche)’. 각종 해산물을 먹기 좋게 잘라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재운 뒤 다진 채소와 버무려 먹는 중남미 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평소 불고기를 즐긴다는 부부의 얘기를 접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 연회 주방 부팀장 전은총 셰프는 궁중 불고기로 화답했다.





한식의 간장 새우장과 비슷한 새우 세비체 세비체의 종류는 해산물과 채소·소스의 종류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뉜다. 부인은 그 중에서도 새우 세비체를 선택했다. 새우가 에콰도르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주요 품목이라는 게 이유였다.



“에콰도르 서부 해안 지역에서는 흔히 해산물을 ‘쇼의 주인공(star of the show)’라고 불러요. 현지인들은 헐값으로 아주 풍부한 양을 구매할 수 있어 구운 요리부터 튀김까지 매우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답니다.”



전 셰프는 “새우 세비체는 우리 호텔에서도 흔히 요리하는 음식”이라며 “한국인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중남미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한식 중에선 간장 새우장과 비교하며 “소스에 절이는 점이 유사하다”고 했다. “맛있는 새우를 고르는 비법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몸통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단단한 것”이라 답했다.



부인이 새우 세비체를 준비하는 동안 길버트 대사는 옆에서 ‘플랜틴(plantain)’을 능숙하게 튀겨가며 곁들일 음식을 준비했다. 바나나와 비슷하게 생긴 플랜틴은 바나나보다 당분이 낮고 크기는 크며 껍질이 질기다. 전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가열해 익히기 전까지는 맛이 안 난다. 보통 감자 칩처럼 얇게 튀긴 뒤 소금 간을 해 요리하는 중남미 대표 간식으로, 이러한 조리법을 거치면 ‘토스토네스(tostones)’이라 불린다. 길버트 대사는 “플랜틴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다”며 “새우 세비체를 만들 때는 팝콘으로 대체해도 된다”고 말했다.



플랜틴을 활용한 또 다른 에콰도르의 대표 메뉴로 부인은 한국의 왕만두를 닮은 볼론(bolon)을 꼽았다. 플랜틴을 튀긴 뒤 둥근 공 모양으로 말아 치즈나 돼지 껍질로 속을 채워 먹는 이 음식은 주로 매콤한 소스와 곁들여 블랙 커피와 함께 먹는단다.



플랜틴을 튀기지 않고 먹는 방식으로는 ‘비체(viche)’가 있다. 땅콩 육수에 플랜틴과 생선, 옥수수를 넣어 각종 채소와 섞어 먹는 이 스튜 요리는 에콰도르 전역에서 즐겨 먹는 기호식품이다.



“플랜틴과 라임은 에콰도르 음식에서 정말 흔히 사용되는 재료지만 한국에선 제가 원하는 맛을 구하기가 힘들어요. 남편에게 본국으로 출장 갈 때마다 사오라고 부탁하는 편이죠. 한국에선 에콰도르 전문 식당도 없어서 비슷한 맛의 멕시코 레스토랑을 찾고 있습니다.”



전 셰프는 길버트 대사의 완성품 요리를 한 입 먹어보더니 “마른 바나나와 달리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맛이 매력적”이라며 “술 안주에 좋을 것 같다”고 평했다. 술 얘기가 나오자 부인은 ‘아구아르디엔테(Aguardiente)’라는 에콰도르 음료를 언급하며 주로 사탕수수로 만든 이 술이 본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고 들려주었다.



요리가 전부 끝나 시식할 시간이 되자 전 셰프는 부인의 새우 세비체를 한 입 먹어보더니 “시고 짜고 달콤한 맛이 전부 공존한다”며 “냉장실에 둬 더운 여름날 차게 먹으면 좋을 음식”이라고 평했다.





유자 소스 샐러드 곁들이면 불고기맛 시원 한식 조리 체험이라곤 문화 투어 도중 막걸리를 한 번 만든 게 전부라는 부인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전 셰프가 궁중 불고기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갈비탕을 제일 좋아하는 딸을 포함해 온 가족이 한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부인에 따르면 열대 과일이 풍부한 에콰도르 저지대와 달리 고지대에서는 돼지고기 통구이를 즐긴단다.



“양념장에 고기를 재우는 부분이 가장 힘들어 보입니다. 간의 비율이 안 맞으면 망칠 위험이 커 보이는군요.” 부인의 말을 옆에서 듣던 전 셰프 역시 “사실 이 단계가 가장 어려운 단계”라며 “불고기 양념이 쉬워 보이지만 재료 간의 조화를 잘 이뤄야 맛있는 불고기를 만들 수 있다”고 수긍했다.



전 셰프가 이날 선보인 불고기는 고급 음식점에서 신선로와 함께 내놓는 궁중 불고기로, 채소를 좋아한다는 부인의 말에 특별히 준비한 메뉴였다. 시원한 새우 세비체에 걸맞게 불고기를 상쾌하고 먹고 싶다면 찍어먹을 소스를 따로 만들 것을 권했다.



“불고기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유자소스를 구입해 올리브 오일과 섞은 뒤 샐러드에 버무려 고기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발사믹 식초를 약간 둘러도 맛이 살아난답니다.”



다양한 채소를 곁들인 궁중 불고기를 시식해본 길버트 대사는 “얼마 전 전남 광양시에서 먹은 불고기만큼 아주 맛있다. 간이 딱 맞는다”고 했다. 부인은 “이미 재운 고기를 가지고 요리해서인지 조리과정이 생각보다 쉬웠다”며 “한국 요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 새우 세비체 (8인분)



재료: 새우 1kg, 피망 1개, 겨자소스 1T, 오렌지 주스 1/2컵, 레몬 주스 1/2컵, 토마토 2개, 붉은 양파 2개, 라임 8~10개, 맥주 1컵, 다진 마늘 2개, 케첩 2컵, 고수 잎, 후추, 올리브 오일, 소금



만드는 방법 1. 소금물 2컵을 끓인 뒤 새우를 넣고 중간 불에 5분 동안 삶는다. 2. 새우를 꺼내 상온에 식힌다. 새우를 삶은 소금물도 버리지 않고 식혀 둔다. 3. 커다란 볼에 잘게 조각낸 양파를 담고 소금을 약간 뿌린다. 여기에 레몬 주스를 전부 붓는다. 4. 토마토, 피망, 고수잎을 잘게 잘라 3번과 함께 섞는다. 5. 여기에 앞에서 만든 새우 삶은 소금물을 붓고 삶은 새우도 넣어 섞는다. 6. 칵테일 잔에 조금씩 담아 대접한다. 원할 시 팝콘이나 튀긴 플랜틴과 곁들여도 좋다.



 





● 궁중불고기 (4인분)



주재료: 당면 20g, 표고버섯 20g, 팽이버섯 20g, 당근 10g, 양파 50g, 양배추 500g, 대파 20g, 쇠고기 우둔살 600g



양념 재료: 배즙 7T, 양파즙 4T, 다진 마늘 1T, 미림(청주) 2T, 생강즙 1T, 매실청 1T, 간장 6T,?설탕 2T, 참기름 1T, 후추



육수: 다시마 5g, 양파 1개, 대파 2개, 마늘 100g, 생강 15g, 당귀 잎 5개, 홍삼진액 2t, 멸치 300g



만드는 방법 1. 육수를 위해 냄비에 물 2L를 담은 뒤 다시마, 양파, 멸치, 대파, 생강, 마늘을 넣고 센 불로 끓인다. 2. 당귀 잎과 홍삼진액을 넣고 약한 불에 10분 동안 더 끓인다. 3. 완성된 육수는 상온에서 20분 동안 식힌 뒤 체에 걸러 낸다. 4. 양념재료를 섞어 불고기양념을 만든다. 5. 고기를 양념에 재운 후 2시간 동안 냉장실에 보관한다. 6. 주재료의 채소를 전부 잘게 썬다. 7. 육수를 담은 냄비에 불고기양념에 잰 고기를 넣고 반쯤 끓을 때까지 가열한다. 8. 잘게 썰어놓은 채소와 당면을 넣어 완성될 때까지 끓인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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