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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공' 조언 쏟아진 김무성의 휴대전화

중앙일보 2015.10.0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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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휴대전화가 2일 화제가 됐다. 우연히 언론사 카메라에 잡힌 전화기에 내년 총선 공천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벌이고 있는 신경전과 관련해 ‘강공’을 조언하는 문자메시지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날 오전 ‘노인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노출된 문자메시지는 유명 ‘정치 컨설턴트’ K모씨 로부터 온 것들이었다. K씨는 유명 사립대 교수 출신이지만, 유력 정치인들에게 해온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유명하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캠프에 진ㆍ간접적으로 간여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이런 K씨도 김 대표에게 청와대와 각을 더 세울 것을 주문했다. 그는 김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반납할지, 아니면 대통령과 일부 세력이 행사할지에 대한 초유의 민주주의 수호 투쟁이 시작된 거죠. 그리(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했다. 또 “주말 동안 정병국(의원)ㆍ원희룡(제주지사)ㆍ남경필(경기지사)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언론에) 발사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하는 게 어떤지요”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 의원과 원ㆍ남 지사는 모두 여권 내 대표적인 비박근혜계 인사들이다. 결국 K씨의 충고는 비박계 세력을 결집해 청와대를 몰아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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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김 대표의 전화기는 이어 오후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도 사진기자들에게 포착됐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들이 있었다.

그 메시지들 중 일부는 역시 친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보낸 의견도 섞여있었다. “‘지지하는 의원들의 뜻을 끝까지 지켜내겠다 돌을 맞아도 지켜내겠다. 나를 믿고 따라달라’고 하시면서 무겁게 움직이시는 게 좋겠습니다“”대표님은 큰 명분만 얘기하시면 게임은 유리해질 겁니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중 ‘지지하는 의원들의 뜻’은 청와대로부터 공천권을 사수하기를 바라는 비박계 의원들의 생각이고, ‘큰 명분’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국민공천제에 대한 의지를 가리킨다. 결국 모두 청와대의 신경전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이렇게 김 대표 주변에 강공을 주문하는 ‘매파’들이 많은 것을 두고, 한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략공천 0%라는 소신을 청와대와 친박근혜계에 맞서 끝까지 지키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의 한 참모는 “김 대표에게는 여러 분야의 여러 분들이 의견을 보내준다. 김 대표가 그런 조언에 일일이 답하거나 반응하지는 않는다”고만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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