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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셀카·도토리 … 굿바이 싸이월드

중앙일보 2015.10.02 02:50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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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당시 누적 방문객 수 800만 명을 돌파한 박근혜 대통령의 미니홈피. [중앙포토]

‘싸이월드 백업 오늘까지래! 너 했어?’

하루 700만 찾던 국내 SNS 원조
방명록·일촌평·쪽지 서비스 종료
백업 받으려 접속 몰려 한때 오류

“학창시절·연애 추억 많은데…”
페북 등엔 아쉬움 달래는 글 봇물

 지난달 30일 저녁 무렵, 대중교통을 이용해 퇴근하던 20~40대 직장인 중엔 이런 카톡을 받고 귀갓길을 재촉한 사람이 많았다. 그 순간 네이버·다음 등의 포털엔 ‘싸이월드’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한국인 3000만 명이 가입한 국내 최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의 방명록·일촌평·쪽지 서비스 기능이 이달 1일자로 종료되면서 벌어진 소동이다.

앞서 ㈜싸이월드는 지난달 11일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없어지지만 사용자들의 사진첩·다이어리와 음악 등은 보존된다. 서비스 종료 하루 전인 30일까지 개인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럼에도 ‘싸이월드가 아예 없어진다’는 소문이 확대되며 당일 수십만 명이 백업을 받기 위해 한꺼번에 접속한 거였다. 이로 인해 오후 9시 이후 페이지 접속 오류가 나기도 했다. 이날 전국의 SNS에선 ‘10년 전으로의 아련한 시간여행’이 한창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래전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탄 사용자들이 그간 잊고 지냈던 싸이월드 사진과 방명록 백업 텍스트들을 올리면서다.

 싸이월드에 따르면 이들은 대개 2000년대 중반 싸이월드 전성기 때 서비스를 이용했던 20~40대 사용자다.

 2002년 싸이월드 ‘일촌 파도타기’를 통해 아내를 만났다는 김태형(35·서울 서초동)씨는 “지금은 두 딸의 엄마가 된 아내와 그때 서로 주고받은 방명록을 백업해 함께 읽는 중”이라며 “만나기도 전에 사랑을 키웠던 그때의 애틋함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에 싸이월드에서 캡처한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을 올린 직장인 배지연(27·여)씨는 “잊고 있던 내 학창 시절 모습이 너무 풋풋해 보여 그립다”고 말했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SNS의 선두 주자였다. 90년대 천리안·나우누리 등 PC통신의 ‘커뮤니티’에 열광하던 사용자들은 ‘세이클럽’ ‘아이러브스쿨’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로 이동했다. 하지만 2001년 싸이월드가 최초로 개인화된 SNS ‘미니홈피’와 함께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일촌 맺기’, 사이버머니 ‘도토리’ 등을 내놓으며 사용자들을 휩쓸어 갔다. 이후 다이어리와 사진첩 서비스를 제공해 ‘셀카 열풍’의 진원지 역할도 했다.

 2000년대 중반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700만 명에 달한 싸이월드는 각종 ‘싸이(싸이월드+사회)현상’도 몰고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17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미니홈피 일촌 맺기를 통해 유권자들과 유대감을 키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2년 당시 하루 평균 방문자 수 1000명, 총 누적 방문자 수 113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몰락이 가시화됐다. 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선보인 스마트폰 기반 페이스북 등 무료 SNS가 인기를 얻으면서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도토리를 기반으로 한 유료 서비스와 PC 기반 미니홈피를 고집하며 모바일 전환에 소극적이었다. 2012년 9월 뒤늦게 모바일 기반 서비스로 재편했지만 한번 떠난 사용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싸이월드는 5일부터 ‘싸이홈’으로 재탄생한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싸이 블로그’가 결합된 형태의 SNS다. 현재 싸이월드 미니홈피 페이지엔 이런 메시지가 남아 있다. ‘10월 5일 이후에 만나요. 걱정 말아요!’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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