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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사장 “서비스 선택제 5일 시행” … 직원들 집단 항명

중앙일보 2015.10.02 00:13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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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이 내분에 휩싸였다. 사장이 도입하려는 제도에 직원이 성명까지 발표하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 주진형(사진) 사장이 서 있다. 그는 매도 보고서 확대, 과당매매 금지 같은 혁신적 제도를 도입하며 업계 논란을 몰고 다녔다. 이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쪽에선 ‘미스터 쓴소리’라며 박수를 받았지만 비판하는 쪽에선 업계 사정을 모른다며 ‘돈키호테’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기 6개월 남기고 갈등 증폭
임직원 160여 명 사장실 항의 방문
“고객들 수수료 부담 늘어난다”
주사장 “임기내 후속절차도 마무리”

 논란이 된 제도는 5일 도입되는 서비스 선택제다. 30일 리테일본부 임직원과 프라이빗뱅커(PB) 160여명은 이 제도에 반발, 대표실을 항의 방문했다. 서비스 선택제는 주식 매매 수수료 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다. PB 등의 상담을 받는 상담 계좌는 정액 수수료와 함께 거래 대금의 일정 비율을 떼고, 고객이 직접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비상담 계좌는 매매 건수별로 정액 수수료를 낸다. 과도한 주식 거래를 유도해 수익을 내는 기존 영업 방식을 뜯어고치는 대수술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 실적이 준다. 실적이 줄면 실질 임금도 줄게 돼 있다. 집단 항명이 일어난 배경이다. 변동환 리테일본부 재경2사업부장은 “제도가 도입되면 지점 거래 고객뿐 아니라 온라인 거래 고객도 소액 투자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1일 본지와 만난 주 사장은 “임기까지 단독 대표로서 서비스 선택제 도입에 따른 직원 연봉 체계 개편과 관련 인사 같은 후속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룹에서 이같은 내용을 약속 받았다”고 했다. 직원 반발에 대해선 “온라인 거래 고객 수수료도 실적으로 인정하던 걸 바꾸니 반발하는 것”이라며 “직원이 반대한다고 안했으면 과당매매 금지도 도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점 거래 수수료 수입의 80%가 연간 회전율 600%가 넘는 고객한테서 나오는 상황을 바꾸기 위한 조치란 것이다. 한화그룹 측은 “임기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내분은 예견돼 왔다. 그룹에서 차기 대표로 여승주 그룹 부사장을 내정하고 사내 이사 선임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질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주 대표는 “임기가 6개월 넘게 남은 상황에서 후임 얘기가 나오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며 “CEO 승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내부 반발도 불거졌다”며 말했다. 한화그룹이 그를 사실상 경질한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의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제기한 보고서와 내부 전산 시스템 운영사를 한화S&C에서 IBM으로 바꾸려고 한 것 등이 지목된다. 주 대표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보고서는 1차 보고서 이후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여기저기서 받았다”면서도 “내부 전산 시스템 관련해선 특별히 지시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먼저 연임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한화그룹과 잘 맞을까 우려했는데 실제로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2년여의 경영 성과에 대해 “취임 전 2년 동안 1300억 적자를 내온 회사를 맡아 흑자 폭을 키웠고 주변에 한화증권을 추천하겠다는 고객이 느는 등 고객도 달라지고 있다”며 “미완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반발하는 직원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통에 인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 대표는 “2년 동안 매주 전국 지점을 다니며 직원과 소통하고 경영 철학과 방침을 공유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의견을 들었지만 늘 계획을 밀어붙였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주 대표는 “개혁 취지에 동의하는 직원도 많다”며 “반대 목소리가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측은 “서비스 선택제는 증권 내에서 소통해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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