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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이 국민과 사회를 성장시킨다. 공유뷰티로 10억 고객 생길 것"

중앙일보 2015.10.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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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프랑스에 세워진 로레알그룹의 역사는 세계 화장품 산업의 역사이자 ‘기업 인수·합병(M&A)’의 역사다.

1964년 랑콤 합병, 1970년 비오템 인수, 1985년 랄프로렌(향수) 인수, 1996년 메이블린 뉴욕 인수, 2000년 키엘 인수, 2006년 더바디샵 인수, 2008년 입생로랑(화장품) 인수….

결과는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으로의 성장이다. 현재 세계 화장품 시장 점유율 12.5%. 약 20억명의 고객이 매년 60억개의 로레알의 화장품을 쓰고 있다.

하지만 성장은 더 이상 로레알의 화두가 아니다. 2011년부터 로레알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 폴 아공(59)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위기들을 기업들이 모른 채 할 시기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기업이 ‘윤리’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아닌 기업의 “사활이 걸린 도전(vital challenge)”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세운 게 ‘공유 뷰티(Sharing Beauty with All)’다. 아공 회장은 “앞으로 로레알이 만드는 제품의 100%가 환경이나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와 소통하고 그 신뢰가 소비로 이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를 통해 5년 내 10억명의 신규고객이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공유뷰티가 기업의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는 건가.

“지금까지 제품이 기업에 가져다 주는 경제적 가치나 제품 자체의 성능(효과)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제품이 환경이나 지역 사회에 미치는 요소들이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거다.”

-그런 노력을 소비자들이 알아줄까.

“지속가능한 개발이 중요하다는 걸 젊은 세대들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몰라준다고 해도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제품을 객관적인 환경 기준에 기반해 비교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공유뷰티의 예를 들어 달라.

“브라질의 미용실은 3분의 2 이상이 빈민촌에 있어 직원들이 궁핍하다. 이를 감안해 로레알은 지역 내 빈민 여성을 직접 고용해 직업교육을 시키고 경영연수를 받게한 뒤 로레알 제품을 가지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미용실에서 활동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지역 미용사들의 서비스와 제품이 좋아지면서 더 많은 고객이 찾아왔고, 로레알 또한 판매액의 20%를 수수료로 받아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환경·사회적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려면 직원들도 힘들지 않겠나.

“그래서 성장을 직원들과 나눠야 하는 거다. 우리는 올해 말까지 전세계 7만8600명 직원이 복지·건강·양육 등에서 최고 수준의 지원을 받도록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직원들도 지속가능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직원이든 아프리카 직원이든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중동 국가에 진출한 로레알 사무실에도 수유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했다.”

-만만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갈 길이 멀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하는 지는 명확해 지지 않았나. 이런 변화의 노력이 비즈니스를 좀 더 상식적으로 만들 거다. 사회에 이로운 것과 비즈니에 이로운 것 사이에는 상당한 공통분모가 존재한다.기업이 성과를 책임있는 자세로 현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국민과 사회의 핵심 성장 요인이다.”

실제 로레알은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만큼 실적 전망도 밝게 보고 있었다. 특히 아공 회장은 ‘공유뷰티’와 ‘디지털 뷰티’라는 두 가지 미래 핵심 키워드를 통해 “2020년까지 신규 고객 10억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꺾였다는데 화장품 기업들에 기회가 올까.

“3가지 사회적 현상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 첫째 아시아·남미·아프리카·동유럽의 소득 수준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화장품은 한 사회의 소득 수준 증가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산업이다. 둘째는 노인 인구의 증가, 셋째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성의 증가다. 결국 아주 섬세하고도 다양한 화장품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고객층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어 엄청난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이 고객을 어떻게 잡나.

“뷰티는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자, 즉 기업이 만드는 시장이다. 소비자들 안에 내재된 욕망을 티 안나게 눈치채서 그에 맞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 기업의 혁신이 소비를 창출하고 소비가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구조를 이어가야 한다.”

-10억 신규고객에 한국도 포함되나.

“당연하다. 한국은 고객들은 뷰티에 대한 관심,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모두 매우 높다. 한국은 글로벌 성장 잠재성이 큰 ‘뉴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1등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있다면.

“지난 3년간 세계의 변화가 그 이전 30년의 변화보다 급격하다. 그 변화를 이끄는 선두에 있는 게 바로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뷰티업계의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이게 바로 기회다. 제품을 만들고 파는,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만나는 전혀 다른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뷰티가 인터넷으로 하나로 이어지는 세상에서, 얼마나 개인화된 디지털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한다. 로레알은 최근 5년간 1000명 이상의 디지털 관련 직원을 채용했고, 온라인 판매는 올 상반기까지 10억 유로(약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더불어 분권화된 조직 문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직원들,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브랜드들, 광범위한 유통채널 등 로레알이 가진 자산과 디지털은 그야말로 찰떡궁합(perfect match)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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