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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병원 가면 500원 더 내 … 직장인들 불만

중앙일보 2015.10.01 02:49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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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영주(35)씨는 주로 토요일 오전에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다. 만성 비염에 최근 허리 통증까지 생겼지만 평일엔 업무 때문에 병원에 들를 여유가 없어서다. 하지만 오는 3일부터는 토요일 오전에 병원을 찾을 경우 진찰료를 500원 더 내야 한다. 물리치료나 추가로 약을 처방받을 경우 부담은 더 늘어난다. 김씨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세금·교통비 인상에 이어 의료비 부담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5일제 시행 뒤 의료계서 요구
환자 부담 1년 새 1000원 늘어
3일부터 약국 조제비도 더 받아

직장인 “평일 병원 갈 시간 없는데”
의료계 “휴일 일하면 수당 더 줘야”

 ‘오는 토요일 오전 진료부터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던 지원금이 없어져 환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정모씨는 병원 데스크에 안내판을 붙여놨다. 정씨는 “주말에 병원을 자주 찾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찰료를 올리는 것으로 오해할까봐 안내 문구를 적어놨다”고 했다.

 오는 3일부터 동네 의원, 한의원, 치과 등을 찾는 환자들의 토요일 오전 초진 진찰료가 인상되고 약국의 조제비도 소폭 오른다. 지금까지 평일 진찰료는 4200원, 토요일 오전 진찰료는 4700원이었고 토요일 오후 진찰료는 5200원이었다. 이 중 토요일 오전 진찰료가 5200원으로 500원 인상되는 것이다. 대학병원·종합병원 등 병원급 이상은 인상되지 않는다.

토요일 오전 진찰료 인상은 2013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돼왔다. 주 5일제 시행 후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토요일 오전 진찰료 인상을 요구하면서다. 휴일인 토요일에도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의사들의 요구가 반영됐다. 2013년 6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가산제안이 심의·통과됐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토요일 전일 가산제 시행령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기본진찰료의 30%가 가산되면서 2013년 10월 1일부터 토요일 오전 진찰료가 4200원→5200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첫 1년간은 인상분 1000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00% 부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갑작스레 진찰료를 인상할 경우 체감 상승이 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단계적으로 환자 부담금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년 후인 2014년 10월 1일부터는 정부 지원이 50% 줄고, 환자 부담이 50% 늘면서 환자가 내는 진찰료가 4700원으로 500원 늘었다. 이달부터는 환자 부담이 50% 더 늘면서 토요일 오전에 진료를 받는 환자는 500원 늘어난 5200원을 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진찰료가 1만5000원을 넘는 때에만 인상된 진찰료를 낸다.

 하지만 평일 근무로 인해 주로 토요일 등 주말에 병원·약국을 찾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강로사(25)씨는 “평일, 토요일 가리지 않고 진료를 해야 하는 의료직 종사자들의 상황은 이해되지만 앞으로는 평일 일을 하는 사이에 병원을 찾아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의사와 약사들은 진찰료 인상 이후 일부 환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릴까 걱정이다. 서울 중구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이모(41)씨는 “휴일인 토요일 오전에도 직원과 간호사들이 쉬지 못하고 병원에 나와야 하고 휴일수당 등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환자 부담이 늘면서 자칫 동네 의원들의 이기적 행태로 비칠까봐 씁쓸하다”고 했다.

김주현 의사협회 대변인은 “주 5일제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환자 편의를 위해 휴일에도 진료하는 개원의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은 해주는 게 합당하다”며 “대다수 직장인들도 휴일에 일을 하면 평소보다 많은 수당을 받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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