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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선진국인 한국이 왜 해외 입양을 보내나

중앙일보 2015.10.01 01:35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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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몇 년 전의 일이다.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입양됐던 30대 후반 여성을 동반해 다니면서 통역·안내를 맡은 적이 있다. 한국계 입양인들에게 친부모를 만나게 해주는 단체를 통해 한국을 찾은 분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분은 한국말을 모르고, 이전에 온 적도 없어서 서양인인 내가 길잡이를 하는 상황이 아주 이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은 두 살 때 이탈리아로 입양됐는데 입양 서류에 적힌 ‘킴(Kim)’이란 성을 이름으로 착각한 양부모님은 이를 이름으로 삼았다. 하지만 2년 뒤 이번에는 남자아이를 한국에서 입양하면서 서류에 또 ‘킴’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나서야 이것이 성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시간이 꽤 지난 뒤라 이름을 바꾸지 못하고 ‘킴’이라는 이탈리아인으로 살고 있었다. 이분은 새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인정받는 건축가가 됐다. 이탈리아 기자와 결혼해 아이도 둘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친부모를 만나러 한국에 혼자 올 기회가 생기면서 이탈리아인 가이드인 나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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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부모를 만나기 전 킴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친어머니이기 때문에 사랑한다. 친어머니가 나를 입양시켜준 덕분에 이탈리아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 정말 감사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를 버렸기 때문에 미워하기도 한다. 그 이유도 궁금하다.” 친부모와의 만남은 통역하던 내게 너무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친어머니는 딸이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40년 가까이 짓눌렸던 가슴이 후련해졌다”고 했다. 딸은 친어머니로부터 입양 당시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는 “엄마를 이해한다. 그때 잘 선택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물론 입양된 사람의 상황과 삶은 제각각일 것이다. 옛날부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불우한 아동이 입양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특히 선진국 정부들은 입양 성공담을 홍보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입양시킬 필요 자체를 가급적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 때문에 입양시킬 필요가 생기면 해외보다 같은 나라에 입양시키는 게 이상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 드물게 입양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주변에는 아기를 못 낳거나 더 갖고 싶어 하는 부부가 많이 있다. 이들이 인공수정·출산을 고민하는 것보다 불우한 아이를 입양하면 어떨까. 입양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아지고, 행복하고 성공적인 사례만 남게 되지 않을까.

알베르토 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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