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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傳(3)] 장성택 사냥①

중앙일보 2015.09.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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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5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 인민군 예식. 장성택(오른쪽)은 김정은이 경례를 할 때에도 손을 올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포토]


‘장성택 사냥’은 2013년 1월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사냥을 위한 칼은 조연준(78)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잡았다. 조 제1부부장은 조직지도부의 터줏대감이다. 권력 서열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20위 정도다. 하지만 조직지도부가 북한의 사상·인사 등을 통제하는 막강한 기구라 그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조직지도부를 알면 조선노동당이 보인다고 할 정도다.

조 제1부부장을 포함한 빨치산 혁명 2,3세들은 2013년 1월 모임을 갖고 장성택의 수하였던 이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 장수길 당 행정부 부부장 등의 월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장성택을 잡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월권행위는 군 총정치국 산하의 회사인 ‘승리무역회사’를 통한 이권개입이었다. 장수길이 중국 기업에게 빚진 5,400만 위안(한화 98억 원) 대신으로 나선시의 일부 땅에 대한 이용권을 그들에게 주었다. 당시 장성택은 이미 권력에 도취돼 이들의 월권을 통제하려는 마음이 없었다.

혁명 2,3세들은 최용해 당 비서를 맏형으로 내세우고 장성택 제거 이후 젊은 세력으로 세대 교체도 결의했다. 실제로 장성택 제거 이후 실세로 등장한 ‘삼지연 8인’ 가운데 5명이 신진 그룹이다. 한광상· 김병호· 박태성· 마원춘, 홍영칠 등이다. 이들 가운데 한광상· 김병호· 마원춘은 최근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박태성은 평안남도 책임비서, 홍영칠은 노동당 기계공업부 부부장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장성택에 대한 본격적인 내사는 2013년 4월부터 착수했다. 조직지도부의 지휘하에 국가안전보위부와 군 보위사령부가 나섰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장성택의 개인 비리를, 군 보위사령부는 장성택의 판결문에 기록된 ‘소왕국’인 노동당 행정부의 비리를 조사했다. 장성택의 실수 가운데 하나가 군 보위사령부를 장악하지 못한 것이다. 군 보위사령부에 자기 사람을 심어 놓았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당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

장성택은 국가안전보위부를 손 안에 쥐고 있었다. 장성택이 맡고 있던 당 행정부가 국가안전보위부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당 행정부는 2007년 말에 부활하면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한국의 경찰청), 중앙검찰소, 중앙재판소 등 공안기관을 담당했다. 게다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한 때 장성택의 부하였다. 그래서 조 제1부부장은 당 행정부의 비리를 군 보위사령부에 맡겼다.

내사는 장수길에서 시작됐다. 나선시의 전체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선시의 일부 땅에 대한 이용권을 중국에 팔면서 확실한 ‘빌미’를 제공했다. 어느 누가 국가 소유의 땅을 개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성택을 고깝게 보던 세력들에게 기다렸던 기회가 온 것이다. (계속)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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