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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엔 핵 포기 ‘당근’ 제시 … 일본엔 위안부 해결 압박

중앙일보 2015.09.30 03:00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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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열린 유엔총회에선 미국·중국·러시아 정상 등에 이어 일곱 번째 연설자로 나섰다. [뉴욕 신화=뉴시스]


정상들의 유엔총회 연설엔 정부의 철학과 비전이 담긴다. 28일(현지시간) 제70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에 ▶북한 핵 도발 저지 ▶통일 세일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 한국 외교의 주요 현안을 담았다. 한국어로 23분간 연설하는 동안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평화(30차례)였다. 이어 인권(17차례), 개발(16차례), 북한(14차례), 안보(13차례) 등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 이어 일곱 번째 연설자로 나섰다.

‘북 도발=단호한 응징’ 표현 자제
“국제사회와 경제개발 적극 지원”
“2차 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폭력”
작년보다 위안부 발언 강도 세져
3국 정상회담 전 진전된 입장 요구


 ◆북한엔 메시지 관리=박 대통령은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나 4차 핵실험 등을 시사했으나 ‘도발=단호한 응징’이라는 표현을 자제했다. “북한의 도발은 어렵게 형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의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간접적 경고 메시지만 던졌다. 그러곤 “북한이 과감하게 핵을 포기하고 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경제를 개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다. 당시는 북한이 도발을 공언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비핵화를 촉구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번엔 “도발과 남북 대화가 혼재된 국면에서 메시지 관리를 했다”(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 통일 비전’을 설명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특히 지난 7월 진행된 ‘유라시아친선특급’을 사례로 들며 디테일을 살렸다.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 친선특급이란 철도 여행이 있었다. 북한의 철로는 굳게 닫혀 있어 통과할 수 없었다. 이제 그 길을 활짝 열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지난해 유엔총회에 이어 다시 언급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 인권 개선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국제 이슈화=박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면서다. 올해도 160여 개국 정상 앞에서 이 문제를 꺼내 들었다.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언급했던 지난해에 비해 더 구체적이면서 강도도 세졌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혹독한 여성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이제 몇 분 남아 있지 않다. 이분들이 살아 계실 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한 뒤 “과거를 인지하지 못하고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일본을 겨냥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달 말이나 11월 초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진전된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신용호 기자, 서울=안효성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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