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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옐런이 금리 올릴 때 우린 역주행? … 이주열의 고민

중앙일보 2015.09.30 02:02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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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준금리의 향방이 안갯속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7일 금리 인상 결정을 미뤘지만 연내 인상 가능성을 계속 내비치고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24일(현지시간) “올해 말까지는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통화 정책 엇갈린 전망

“국내 경기 안 좋아 금리 내려야”
2004년 역주행 전례, 자금 유출 없어
미 금리 인상 전인 10월이 인하 적기

“가계빚 확대 우려 금리 올려야”
저금리, 부동산·증시 거품 부채질
내달 15일 한은의 경제전망 주목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 기준금리에도 상승 압박을 준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에 머물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 연초 국내 증시 활황을 이끌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미 팔자 공세에 나섰다. 여기다 국내 여건도 수출과 내수가 부진하고 0%대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간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진 이유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보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대체로 미국 금리의 움직임을 천천히 쫓아갔다. 1999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꾸준히 올린 것은 두 차례다. 미국은 99년 6월~2000년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4.75%에서 6.5%로 올렸다. 이때 한국은 2000년 2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다만 잠시 반대 방향으로 간 적도 있었다. Fed는 2004년 6월~2006년 6월 연방기금금리를 17차례에 걸쳐 1.25%에서 5.25%까지 높였다. 그러나 한은은 2004년 8월과 11월에 오히려 금리를 내렸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둔화와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성장세 약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금리보다 국내 경기 상황을 더 중요시했다는 얘기다. 그해 외국인은 10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고 우려했던 자본 유출도 없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의 금리 결정과 상관없이 현재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수출 부진과 미약한 내수 회복세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004년에 한국은 미국과 반대로 금리를 내렸지만 자금 유출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른 만큼 미국의 금리 방향을 그대로 따라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가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수록 부동산과 주가 거품, 가계부채 규모는 커질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에 추가 저금리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다음달 15일 열리는 한은의 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되는 ‘수정경제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금리를 내린다면 10월이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조금 늦춤에 따라 한국이 10월께 금리를 인하해 경기 침체에 대응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수정경제전망은 향후 통화정책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 내년은 3.3%다. 한은이 올해와 내년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다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한은이 바로 금리를 따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12.78포인트(1.9%) 내린 1만6001.89로 마감했다. 지난달 중국 기업의 순이익이 8.8%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온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0월 Fed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가가 약세를 보이자 29일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4.0% 폭락한 1만6930.84로 거래를 마쳤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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