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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정수리를 얻어맞고 보니

중앙일보 2015.09.30 00:46 경제 7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C조>
○·박영훈 9단 ●·스 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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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보(31~41)=우변 31의 침입에 32는 유연한 대응. 프로라면 마땅한 응수인데 아마추어 초급자들은 이런 수를 두기가 쉽지 않다. 32~38의 행마는 눈여겨봐둘 만하다.

 하수들은 상대가 이렇게 침입하면 발끈, 공격한다. 우상귀, 우하귀의 실리를 내준 대가로 쌓은 세력인데 염치도 없이 어딜 뛰어든단 말인가.

 그러나 애초 우변 백의 세력은 한 수로 집이 되지 않을 넓은 품이었다. 그 말은, 백이 흑의 침입을 유도했다는 뜻도 된다. 내 손으로 일일이 벽돌을 쌓는 건 하수의 집짓기다. 고수는 상대를 끌어들여 그 공방의 탄력으로 집을 얻는다.

 33의 엿보기는 34로 단호하게 차단한다. 당장 잡으러가진 않지만 그냥 놓아주지도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어깨를 짚어간 36에 바로 민 37은 당연해 보이는데 38로 정수리를 얻어맞았다는 점에서 생각이 필요한 장면이었다.

 박영훈은 ‘참고도’를 제시했다. 어깨 짚어온 백을 외면하고 그냥 흑1로 뛰어나간다. 백2는 당해준다. 어차피 흑이 밀어봐야 좌하귀 백의 칼끝이 겨누고 있어 별 재미는 없는 곳. 흑은 이 그림이 좋았다.

 40으로 들여다봤을 때 스웨의 첫 장고(長考). 응수가 쉽지 않다. 결국, 잇지 못하고 41로 밀어간다. 이제 공은 백 쪽으로 넘어갔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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