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지진 위로한 단가 ‘꽃우표’…일본 아키타서 노래로 울려퍼져

중앙일보 2015.09.30 00:36 종합 2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이승신 시인(오른쪽)이 지난 27일 아키타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라디오가요음악제에서 시 ‘꽃우표’를 낭독한 뒤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꽃우표’를 작곡한 구도 유이치 회장. [사진 이승신 시인]

‘~고난과 아픔의 나날이어도/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나니/꽃우표 빛나는 아침 마음을 담아/하늘에다 띄우리 가 닿도록~’

 2대째 일본의 정형시 단가(短歌)를 짓는 이승신 시인의 ‘꽃우표’가 노래로 만들어져 지난 27일 일본 아키타(秋田)시에 울려 퍼졌다. 시인은 한국인 단가 작가로서 일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고 손호연(1923~2003년) 시인의 장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250편의 시를 썼고, 꽃우표는 그 중의 하나다.

 ‘꽃우표’는 일본 전국라디오가요연맹 회장인 구도 유이치(工藤雄一) 박사에 의해 작곡돼 이날 아키타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9회 라디오가요음악제에서 공연됐다. 이 음악제는 NHK라디오가 1946년부터 62년까지 방송한 음악 프로그램의 명곡을 다시 소개하는 행사다. ‘꽃우표’는 이날 이 시인의 낭송 후 구도 회장이 직접 2절을 불렀다. 관객 1500여 명은 막이 내리고도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이 시인은 무대에서 “‘꽃우표’를 ‘아이리스’ 드라마로 유명한 아키타에서 발표하게 된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고난 중의 여러분이 힘과 위안을 받으시길 빌고, 한국의 문학과 일본의 음악으로 한일간 좋은 마음을 잇고 싶다는 구도 선생님의 바람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2011년 1만5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한 단가 시집 2권을 펴내 일본 사회에 반향을 불렀다. ‘꽃우표’ 작곡은 2년 전 도쿄출판기념회에서 참석해 감동을 받은 저명한 저널리스트 하시모토 아키라(橋本明)의 의뢰로 이뤄졌다. 이 시인은 현재 교토(京都)의 도시샤(同志社)대 대학원에서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이 시인은 “한 평생 시를 통해 한일간 평화의 마음을 표현한 어머니와 그를 이어온 딸의 진실된 마음이 국경을 넘어 잘 전달된 것 같다”며 “현재의 경직된 한일관계 개선에 역할을 한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