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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 금융권 ‘디지털 혁신’ 바람

중앙일보 2015.09.30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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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권의 화두는 온통 IT(정보기술)다. IT와 금융이 융합한 핀테크(Fin-tech) 바람은 결제시장을 넘어 이제 본류인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곧 모습을 드러낼 인터넷전문은행이 그 주인공격이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당초엔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시장을 잠식할 경쟁자로 여겨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IT를 ‘날개’ 삼아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곳들이 늘었다. 금융권에 ‘디지털 혁신’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는 것이다.

정체된 시장 뒤흔들 '메기' 나올까
스마트폰으로 예금부터 대출까지
은행~저축은행 사이 틈새 시장 열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시작
'계좌이동제' 놓고도 각축 불가피


우리은행은 모바일 대출시스템인 ‘위비(WiBee)뱅크’를 19일부터 캄보디아에서 가동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에 선을 보인 뒤 4개월만에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호응이 좋아 빠르게 안착한데다, 캄보디아 현지 사업과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비뱅크는 ‘지점없는 은행’을 표방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은행을 찾지 않고도 신청, 심사, 결과 조회 등 대출의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도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했다. 연 9%대 중(中)금리에 1000만원 한도의 소액 대출에 집중한다. 대출시장이 저금리의 은행 대출과 고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로 양극화한 상황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또 기존의 딱딱한 모바일뱅킹과는 달리 게임도 즐길 수 있고, 이모티콘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정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은 “은행이 제1금융, 저축은행 등이 제2금융이라면 위비뱅크는 ‘1.5 금융’을 지향한다”면서 “여기에 단순성, 재미, 공유 기능을 더해 기존 인터넷뱅킹과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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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기업이 주축이 된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도 시작됐다. 금융위원회는 연내 1~2곳의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하고 30일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치열한 합종연횡 과정을 거친 끝에 네 곳의 컨소시엄이 떠올랐다. 카카오뱅크(한국투자금융지주·국민은행 등), KT(우리은행·현대증권 등), 인터파크(기업은행·NH투자증권·SK텔레콤 등), 500V 등이 사업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태세다. 승부를 가를 잣대는 사업모델의 혁신성이다. 금융당국이 원하는 건 또하나의 은행이 아닌 정체된 은행 시장을 흔들 ‘메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4일 “기존 은행 산업의 판도를 깨는 혁신성을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인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혁신 경쟁을 부추길 또다른 강력한 도구는 10월부터 시작되는 계좌이동제다. 그간은 주거래 계좌를 바꾸려 해도 계좌에 연계된 급여, 각종 공과금 등 자동이체 항목을 일일히 다른 계좌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에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계좌이동제가 시작되면 온라인상에서 클릭 한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뺏고. 뺏기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진입장벽을 낮춰 IT기업을 끌어들이고, 경쟁을 유도하는 건 궁극적으로 우리 금융의 실력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그래야 포화 상태의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국책은행과 합작사를 세워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수출한 BC카드가 그 사례다. “파트너로 낙점을 받는데는 모회사인 KT의 IT 역량과 인프라 구축 능력이 한 몫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재욱 UBS글로벌자산운용 싱가포르 대표는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교할 때 한국의 대표적 강점은 IT 역량”이라면서 “이를 잘 활용하면 핀테크 산업 중심의 ‘금융허브’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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