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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심 공항서 출국하던 외국인 가방에서 기관총 탄피 발견

중앙일보 2015.09.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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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씨가 소지하고 있던 M2 중기관총 탄피. 탄두를 제외한 길이가 10cm가 넘는다.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출국하려던 외국인의 짐가방에서 10cm가 넘는 크기의 기관총 탄피가 발견됐다. 해당 외국인은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공항과 세관 등은 입국과정에서 탄피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출국할 때가 돼서야 검색대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입국 심사 과정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도심공항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출국 심사를 받던 스웨덴 국적 R모(34)씨의 캐리어에서 10cm가 넘는 금속 탄피가 발견됐다. 캐리어가 검색대를 통과하던 중 엑스레이에 이상 물체가 탐지된 것이다. 공항터미널 측은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해당 탄피는 일명 ‘캘리버 50’으로 불리는 M2 중기관총에 사용되는 탄이었다. ‘50’은 총의 구경이 0.5인치(12.7mm)라는 뜻으로, 원래 장갑차량과 비행기를 파괴 할 목적으로 개발된 대형 탄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기관총 뿐 아니라 개량형 라이플형식 총기에도 사용이 가능한 탄”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R씨는 지난 4일 미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한국계 스웨덴인인이며 IT 업종 엔지니어로, 미국에서 여행을 하다 한국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2주간 머물렀다고 한다. 문제가 된 탄피는 R씨가 미국을 여행하던 중 획득한 것이다. R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사격장에서 사격을 하고 기념품으로 받은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조사 후 탄피는 즉각 출동한 육군에 인계됐다.

발견된 탄피는 다행히 이미 사용된 탄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R씨가 기관총 탄피를 들고 입국했는데도 입국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나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사용한 탄피라도 비행기에 소지한 채 탑승하거나 국내로 반입할 수 없게 돼있다. 게다가 해당 탄피는 일반 소총이나 권총 탄피보다 2~3배 이상 큰 기관총용 탄피였다. 그러나 인천공항과 세관에서는 R씨가 출국할 때까지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만약 해당 탄이 사용 가능한 실탄이었더라도 아무 제지없이 들고 입국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인천공항 측은 “비행 중 기내에서 위협이 될 수 있는 물건은 출국 과정에서 철저하게 확인하지만 입국 과정에서는 특이사항을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이상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며 “또 마약 등 반입이 금지된 물건을 국내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건 세관의 업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세관 관계자은 “탄피를 들고 입국한 외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심공항터미널 관계자는 “입국 과정에서 10cm가 넘는 크기의 물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출국 심사가 더 철저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입국 과정에서 이를 발견 못한 책임을 다른 국가로 돌릴 순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국할 때 위험 물건을 걸러내지 못해 출국할 때가 돼서야 발견하고 뒤늦게 경위를 조사하는 일이 1년에 2~3건씩 발생한다”며 “외국인 입국 시 공항에서 철저히 확인해 위험 물건의 반입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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