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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고 볼까, 장거리 로켓

중앙일보 2015.09.26 01:42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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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 편의 기막힌 반전(反轉)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소재다. 북한의 지뢰 도발→8·25 합의→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 8월 이후 봐 온 장면들이다. 또 다른 깜짝쇼가 준비되고 있다. 북한이 수차례 언급해 온 장거리 로켓 발사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 10일)을 전후한 ‘불꽃놀이’다.

 북한은 지난 23일 평양에 새로 지은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CNN(미국 뉴스전문 방송)에 공개했다. 로켓 발사를 강하게 암시한 제스처다. 관제소 벽에는 ‘선군조선의 기상으로 우주를 정복하자’는 표어가 붙어 있다. 북한은 우주 정복에 방점을 두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은 다르다. 인공위성(광명성)을 운반하는 장거리 로켓(은하)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발사 쪽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당국의 내부 보고서는 “북한이 당 창건일을 맞아 장거리 로켓을 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미 대내외적으로 발사를 시사했고, 체제 결속을 위해서라도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을 첨부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발사를 결심할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는 급변할 수 있다. 당장 ‘트리거 조항(자동개입)’이 명시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87호 등에 따라 안보리가 자동 소집돼 추가 제재가 논의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엔 동참할 태세다. 이럴 경우 북한의 고립이 심화될 건 뻔하다. 김정은이 후폭풍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며 고심하고 있는 게 그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도 이산가족 상봉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문제로 로켓 발사와 별개”라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경우 교류 확대를 꾀하려는 정부의 입지가 위축될 수도 있다. 최선은 북한 입장에서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은 도발을 김정은이 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말 동북아 정세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지난 2년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다. 10월 말~11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3국 협력사무국(TCS)은 이미 지난 15일 서울에서 실무자급 회의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큰 틀에서 3국 정상 모두 대화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 동북아 정세의 ‘새판 짜기’가 시작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9월 3일) 참석, 일본의 안보법 제정 등까지 겹쳐 새로운 국제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회담이 열릴 경우 3국 정상은 역내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주 포인트는 약간씩 다르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급선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의 군사력 팽창 억제에 역점을 둘 것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런 형국에선 틈새를 노린 우리나라의 역할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남북관계가 순항하는 게 필요조건이다.

최익재 외교안보팀장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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