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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현장 칼럼] 청년들을 위한 자리,그리고 정치권

중앙일보 2015.09.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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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0분. 기자가 국회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국정감사때문에 새누리당의 회의가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겨지면서 출근시간도 같이 빨라진 이유도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말 못할 고충이 있다. 바로,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이다.

국회 본관 1층에는 ‘정론관’이라고 불리는 기자실이 위치해 있다. 각 언론사별로 부스가 마련돼 있지만 수요에 비해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국회 기자회견장 한 쪽에는 ‘선착순’으로 운영되는 자리들이 약 60석 정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기자들에게 모든 자리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다보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양한 편법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저 온 기자가 동료 기자의 자리를 맡아주기도 하고, 전날 책상 위에 물건들을 올려놓고 퇴근한 뒤 마치 아침 일찍부터 출근한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사이에 웃지 못 할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느 날 타사 인턴 기자로부터 다급한 카톡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카톡을 열어보니 “너 자리에 누가 앉았어”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가니 최근에 친해진 타사 선배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선배에게 정중히 “선배, 죄송한데 여기 제자리…”라고 말하자, “기사 하나만 쓰고 일어나도 괜찮을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자리에서 비롯되는 씁쓸함은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청년들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노동개혁이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근로자들의 권익을 약화시킨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국정감사장에선 또 다른 씁쓸한 소식을 접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비서로 4년간 근무했던 한 인턴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취업시키려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물론 최 부총리측은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노동개혁에 담겨있는 정부와 여당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채용 확대를 약속했던 대기업들이 오히려 채용규모를 줄였다는 언론보도를 읽게 되었다. 오늘도 정부와 여당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이러한 주장을 별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의 행보를 보면서도 청년들은 오늘도 몇 안 되는 자리에 앉기 위해 아침부터 토익학원으로 향한다. 기자는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자리에 앉을 수 있지만, 청년들은 그렇지 못하다. 국회가 청년들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 진정성 있는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길 바란다.

주재용 대학생(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 4학년) 인턴기자 wnwody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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