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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유아인, 성동일·권상우, 설경구·여진구 어느 짝이 웃을까

중앙일보 2015.09.25 11:30 Week& 7면 지면보기
올 추석 극장가의 가장 큰 화두는 ‘남남(男男) 케미’(남자 주연배우들 간의 호흡)다. 남자 주인공 둘씩을 앞세운 한국 영화 세 편이 가족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장르도 정통사극(사도)과 범죄코미디(탐정: 더 비기닝), 전쟁드라마(서부전선) 등 다양하다. 어떤 영화가 추석 대전의 승자가 될 지는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남자배우 간의 궁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한국 영화 세 편 추석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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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이준익 감독의 사극 ‘사도’는 16일 개봉해 일찌감치 세몰이에 나섰다. 영조 역의 송강호와 사도세자 역의 유아인이 호흡을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비정한 왕 영조의 슬픈 고백, 역사 속에 광인(狂人)으로 남겨질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세자 사도의 안타까운 운명이 관객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배우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송강호는 영민하지만 매정한 군주 영조의 복잡한 속내를, 유아인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상처 입고 날개가 꺾여가는 사도의 마음을 절절하게 스크린에 그려낸다. 사극의 단골 소재를 다뤘음에도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는 건, 조선 왕조의 가장 비극적 가족사였던 이 사건의 교훈이 21세기 대한민국 가정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져놓기 때문이다. 인물에 집중하기 위해 최소한의 소품만으로 비장한 정서를 표현한 연출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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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더 비기닝]


사도의 남남 케미가 비극적이고 파탄적이라면, ‘탐정: 더 비기닝’(김정훈 감독)은 허당끼와 웃음 가득한 남남 케미를 보여준다. 광역수사대의 전설적인 존재에서 퇴물로 전락한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만화방을 운영하는 추리광 강대만(권상우)이 함께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각각의 후배이자 친구인 형사 준수(박해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에서 코믹 재능을 과시한 한류 스타 권상우가 오랜만에 맞춤 옷을 입은 듯, 궁상맞은 생활연기 속에 소소한 웃음꽃을 피워낸다. 은발 염색과 트렌치 코트 등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한 성동일은 신경질적인 모습과 허허실실한 웃음을 섞어가며 특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은 두 사람은 아내에 잡혀사는 남편들의 비애에서 비롯되는 웃음과 공감을 앞세워 추석 코미디 영화의 계보를 잇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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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전을 목전에 둔 전장이 배경인 ‘서부전선’은 부자(父子)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29년 나이차의 설경구와 여진구가 호흡을 맞춘다. 둘은 각각 비밀문서 전달 임무를 수행중인 국군 병사 남복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인민군 탱크병 영광 역을 맡아, 어쩌다가 전쟁에 휘말리게 된 어리바리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웃기면서 애잔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가려는 의지가 강한 둘은 옥신각신 싸우면서 정이 든다. 그리고 국군과 인민군이라는 적대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도와주는 사이가 된다. 이 영화는 드라마 ‘추노’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극본을 쓴 천성일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두 주인공이 그려내는 웃음과 가슴 찡한 인간애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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