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둥실 뜬 보름달 보며 생명의 소중함 생각해요

중앙일보 2015.09.25 10:48 Week& 1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JTBC 새 드라마 ‘디데이’(금·토 오후 8시30분)의 세 배우가 추석을 앞두고 멋진 차림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재난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드라마 속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을은 수확의 계절, 특히 추석은 공들여 가꿔온 결실을 나누는 명절이다. JTBC ‘디데이’의 배우들도 이 가을을 기다려왔다. 이미 봄부터 촬영을 시작해 80%가량을 사전제작한 드라마다. 지난 18·19일 방송한 1·2회부터 그런 준비가 드러났다. 서울에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하는 초유의 상황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 생명을 구하려는 의료진의 저마다 뚜렷한 캐릭터, 이들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세 배우를 만났다. 어떤 상황이든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한다는 의사 이해성(김영광), 예상못한 응급상황에서 실수도 하지만 이내 의지를 불태우는 레지던트 정똘미(정소민), 자타공인 병원 최고 엘리트이자 원칙을 중시하는 의사 한우진(하석진) 역할이다.

커버스토리 JTBC 드라마 ‘디데이’의 세 배우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그 중에도 이해성은 1·2회부터 단연 강렬했다. 의료소송을 당해 재판정에 불려가고, 수익을 강조하는 병원장(이경영)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슬러 좌천된 직후에도 과감하게 응급수술을 진행해 기어이 생명을 구한다. 배우 김영광(28)은 이런 이해성을 “불같은 스타일”이되 “천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래병원 외과의사 중에 제일 골치덩어리이지만, 누구보다 생명을 소중해 해요. 천재 의사는 아니에요. 그 자신도 굉장히 약하고 보잘 것 없지만 생명을 갖고 그러면 안된다고,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몰아치고 다짐하는 캐릭터에요.” 그렇다고 마냥 진지한 캐릭터는 전혀 아니다. 김영광의 말마따나 “평소에는 칠렐레 팔렐레하다가 수술실에 들어서면 돌변하는” 의사다. 어쩌면 김영광도 비슷하다. 드라마에서 강렬한 표정을 지을 때면 무섭게도 보이는데, 대화를 나누면 유쾌하고 장난스럽다.

김영광에게 이해성은 어느 때보다 탐나는 역할이었다. 극 중 이해성은 의사일뿐 아니라 환자 보호자다. 사고로 아버지가 숨졌고 어머니는 의식없이 병상에 누워 있다. “전체 줄거리를 보면서 네댓 번 울었던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나 하는 두려움보다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컸어요. 엄마를 생각하는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어요. 저희 엄마도 지금은 아주 건강하시지만, 잠깐 쓰러지셨던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에도 공감할 수 있었고. 절박한 순간에 이해성이 난리치는 모습도, 그 사이사이에는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나랑 비슷하지 않나 싶었어요.”

월남전 참전용사였던 그의 부친은 후유증으로 오래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김영광은 일찌감치 19세에 모델로 일을 시작해 연기자로 보폭을 넓혀왔다.

“연기 잘하는 선배님들, 멋진 배우들 보면 나도 저렇게 잘해야 하는데, 억울한 생각도 들고 오기를 부리게 되는 거에요. 난 천재는 아니야, 그럼 끝까지 해봐야지, 그런 마음이에요. 그래서 쉬는 걸 싫어해요. 저를 밀어붙이는 걸 좋아해요.”

이해성에 대한 해석과 겹치는 대목이다. 배우로서 연차에 비해 출연작이 많은 배경이기도 하다. 의사 역할 역시 ‘굿닥터’(KBS2·2013)에서 소아외과 레지던트 역을 한 적 있다.

“수술도구 이름이나 전문용어는 그 때도 익혔고, 이번에 더 알게 됐죠. 수술 참관도 했는데 그 기분이 꽤 오래 남더라구요. 이번엔 참관 대신 응급실에서 일하는 전문의 교수님들을 만나서 여쭤봤어요. 우리 드라마에 이런 저런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도 가능한 건지,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지. 교수님 말씀이 굉장히 명쾌했어요. 안하면 어쩔 거냐고. 사람이 죽어가는 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는 드라마는 물론 연출자 장용우PD에게 큰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정말 오래 찍겠다 싶던 장면도 감독님 머릿 속엔 어떻게 찍겠다는 구상이 다 있어요.”

장용우PD는 매일 그 날 촬영에 대한 지시를 글로 정리한 콘티를 미리 준비해 아침마다 나눠줬다. 영화는 몰라도 드라마 촬영현장에선 드문 일이다. 사전제작이란 점을 감안해 배우·스태프가 결과물을 체크할 수 있게 1·2회 시사회를 촬영장에서 미리 열기도 했다. 김영광의 자부심 섞인 자랑은 계속 이어졌다. “감독님이 정말 멋있는 건, 배우마다 다 따로 얘기를 해주세요. 저같은 배우도 자신감이, 욕심이 생겨요. 저희 엄마랑 나이도 똑같아요. 보시면 알겠지만 ‘디데이’는 정말 흥미진진해요. 추석 때요? 다들 모여서 보실만한 드라마에요.”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