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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 잃었지만 … 37년 복무 마치고 영광의 전역

중앙일보 2015.09.25 01:16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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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육사 39기) 대령이 24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전역식에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에게 마지막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북한의 목함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젊은 하사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합동군사대학 이종명 대령
2000년 작전 중 지뢰 밟아
지난달 사고와 똑같은 상황
국민 성원으로 군 생활 마쳐

 합동군사대학 교관을 마지막으로 전역한 이종명(55) 대령이 24일 한 말이다. 그에게 목함지뢰 사건은 남다르게 다가왔다고 한다. 지난 2000년 비무장지대 수색작전 중에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37년간 입은 군복을 벗으면서도 지뢰사건으로 다친 두 하사 걱정을 한 건 그 때문이다.

 이 대령은 이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열린 전역식 직후 “육군 사관학교(39기)에 입학할 때 결심한 대로 정년까지 군생활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군의 배려와 국민들께서 용기를 줘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의족을 착용하고 생활하는 게 힘들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젊고 용감하니 잘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4일 목함지뢰 사건 소식을 듣자마자 부상을 당한 하재헌(21)·김정원(23) 하사에게 달려갔다.

 “내가 대대장을 했던 곳에서 목함지뢰가 터졌고, 내 처지와 같은 상황이었으니 각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부상당한 전우를 구하려는 순간 2차 폭발이 발생한 것도 내가 겪었던 것과 같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자신이 사고를 당한 상황을 설명했다.

 “2000년 6월 27일이었다. 대대장 이임식을 열흘 앞둔 날이었다. 후임 대대장에게 인수 인계를 하기 위해 철책 문을 열고 휴전선 인근까지 갔다. 지난달 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조금 북쪽이었다. 그런데 육사 1년 후배인 후임 대대장이 지뢰를 밟았다. 우선 부하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후배에게 접근해 업으려는 순간 다리 밑에서 지뢰가 터졌다. 소대원들이 다가오려는 모습이 보였다. 지뢰가 또 터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나갈 테니, 너희들은 저쪽(안전통로)으로 가라’고 명령하고 두 팔로 기어서 나왔다. 다행히 추가 피해는 없었다.”

 그는 2년 2개월 동안 병원에 누워 치료와 재활에 매진했다. 당시엔 손이나 다리가 절단될 경우 전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배를 구하려다 다친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성원이 답지했고, 국방부는 2년여에 걸쳐 군 인사법과 시행령을 고쳐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법이 고쳐져 작전 중 부상당한 사람들이 군을 위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한 게 내 삶에서 가장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가 고향인 그는 전역 후 대전에서 생활할 예정이라고 한다. 10여 년간 이 지역에 있는 육군대학과 합동군사대학에서 교관으로 생활하며 정도 들었고, 전국 곳곳을 돌며 안보 강연을 하려면 교통이 편리한 곳이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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