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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22) 북한, 변화하면 재원은 저절로 나온다

중앙일보 2015.09.25 00:46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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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평화 오디세이 마지막 날, 방천에 왔다. 북·중·러 3국을 사이에 두고 두만강이 동해로 흘러드는 자리다. 21년 전 겨울에도 같은 길을 더듬어 여기에 왔었다. 강산이 변하지 않은 것은 좋은데 남북 긴장도 그대로여서 착잡했다.

 그렇지만 변한 것도 있다. 중국이다. 21년 전 두만강을 따라 훈춘에서 방천까지 이어지던 아슬아슬한 국도는 쭉 뻗은 고속도로로 바뀌었다. 1994년 472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GDP는 2014년 7600 달러에 달했다. 북쪽 끝 단둥에서 남쪽 광저우에 이르는 중국의 동해안은 세계 최대의 제조업 생산기지로 변모했다. 한국과 중국은 이제 가장 밀접한 경제적 파트너다. 중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경제적 지형이 변한 것이다. 언젠가 김정일의 소감처럼 ‘상전벽해’다.

 

동북아 생산기지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북한
경제개발로 가치 올라가면 통일비용 걱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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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성 지안시의 주거단지 너머 북한 만포시의 광산 굴뚝이 보인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수년 동안 굴뚝 연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주목할 것은 이 상전벽해의 과정에서 북한 지역이 가진 경제적 가치가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북한 스스로는 별로 변한 것이 없지만 주변 환경이 급변한 탓이다. 북한에 면한 중국 동부 해안지역의 1인당 소득은 2만 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도 선진국 수준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북한의 개성에서 남포, 평양을 거쳐 신의주에 이르는 지역은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남은 미개발지다. 고집스럽게 세상과 담쌓고 삼대째 농사만 지으며 살았는데, 어느새 주변이 온통 신도시와 아파트촌으로 변한 꼴이다.

 이는 향후 북한의 변화에 있어 중대한 조건 변화다. 북한 지역의 저렴한 노동력은 이미 한국과 중국 사이에 경쟁의 대상이다. 개성공단에 5만4000명의 북한 노동력이 일하고 있지만, 북·중 접경지대에도 4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력이 건너와 일하고 있다. 이들은 개성공단(약 150달러)의 두 배가 넘는 임금(월 400달러 내외)을 받는다. 중국 자체의 임금 수준이 그동안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토지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북한이 신뢰할 만한 투자처가 되고 필요한 인프라가 깔리면, 개성과 신의주 사이의 토지는 유사한 물류 여건을 갖춘 중국 연해 지역과 대등한 가치를 갖게 된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 연해 지역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덩달아 북한 땅의 잠재가치도 올랐다. 중국의 땅값이 더 오르면 북한 땅의 잠재적 가치도 더 상승한다. 중국이 개방 이후의 북한 땅값에 대한 일종의 참조 가격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북한이나 중국이나 토지는 국유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이른바 ‘통일비용’ 문제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2014년 11월 금융위원회는 향후 20년간 북한 지역 인프라 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이 1400억 달러(16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막대한 돈이다.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많다. 예를 들어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고속도로를 놓는다면 그 통행료를 받아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회수 기간도 길고 수익성도 낮다. 애초부터 자금 조달이 어렵거나 마지막에는 세금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만 관점을 바꾸면 새 길이 있다. 북한 지역은 동북아 제조업 생산기지 전체에서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이다. 남·북·중을 연결하는 도로가 놓이면, 그 주변 땅값은 빠르게 중국 연해 지역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 원래는 땅 주인이 횡재를 하겠지만 다행히도 북한 지역의 땅은 국유이다. 이 구조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가령 지가 상승의 예상수익을 베이스로 하는 채권을 만들어 건설자금을 조달하고 나중에 땅값이 충분히 오르면 그 땅을 팔거나 임대해 상환하면 된다. 북한의 개발이 진행되면 될수록 북한의 지가는 상승할 것이고, 결국 개발이 스스로 필요한 재원을 낳는 기가 막힌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통일비용에 허리가 휠 일도 없다. 실제로 이미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중국에서 정부가 2014년 단 한 해 동안 얻은 국유토지 사용권 수입은 6000억 달러에 달했다. 20년간 북한 지역 인프라에 들어갈 돈의 네 배가 넘는다.

 북한 변화의 동력은 북한 안에서 나와야 한다. 그 정치적 동력은 모르겠으되, 경제적 잠재력은 충분하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세계사적인 변화와, 희소한 자원은 가격이 오른다는 시장의 논리가 북한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지금도 매일매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통일비용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변화를 관찰하고 지혜를 모을 때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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