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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경제 회복의 희망을 갖자

중앙일보 2015.09.25 00:36 종합 3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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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가위 밝은 달이 뜬다. 올해 추석은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달은 어김없이 차고, 기울고, 다시 차오른다.

 경제도 호황과 불황이 반복한다. 경기가 좋을 때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기업이 마구 생산과 투자를 늘리면 재고가 쌓이고 경기가 침체한다. 생산비와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소진되면 다시 경기가 살아난다. 싼 이자의 돈이 주택이나 증권으로 흘러가서 가격을 올리고 활황을 만들다가 근본 가치 이상으로 올라간 자산가격의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서 불황이 오는 ‘호황-불황 순환(boom and bust cycle)’도 자주 발생한다.

 세계 경제는 불황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났어도 세계 경제의 회복은 아직 느리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한 비관론자들은 수요 부족과 신기술의 발전 둔화로 선진국 경제가 저성장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구조적 장기 침체론’을 주장한다. 최근에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추락하면서 세계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둡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공식 성장률은 7%였지만 실제로는 4~5% 수준이라는 외부기관들의 추정치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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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의 악재들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출은 올해 들어 계속 감소했다. 내수는 그간의 확장적 재정·금융 정책의 효과로 나아지고 있으나 회복 속도는 아직 완만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 초반대로 2009년 이후 최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다.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더욱 어렵다.

 빠듯한 월급으로 생활하는 근로자들이나 장사가 어려운 영세 상인들은 살기가 너무 힘들고 서민들은 자식의 교육, 직장, 결혼 걱정으로 명절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 경제의 침체는 인구 고령화, 생산성 하락으로 장기에 걸쳐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는 현상과 맞물려 있어 더욱 전망이 어둡다. 심지어 한국개발연구원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시작한 시기와 지금의 우리 경제 모습이 흡사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외부 환경이 어렵지만 모두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중국 정책당국이 제대로만 대응하면 급격히 추락하거나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 한국 경제의 내부 여건은 고령화를 제외하면 20년 전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거품 붕괴, 금융개혁 부진, 생산성 하락, 국가부채 증가와 더불어 실기(失期)를 반복한 거시경제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합쳐져 발생했다. 우리는 일본이 한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가장 빨리 모범적으로 극복했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정부·기업·근로자가 모두 함께 열정적으로 일해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국가경제를 재건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평균 국민소득이 7% 가까이 떨어지고, 776개 금융기관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속출했지만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위기를 딛고 더 빨리 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정책 대응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

 높은 교육열과 우수하고 근면한 인적자원이 우리 경제 발전의 핵심이었다. 성실한 근로자, 위기에 굴하지 않는 기업가, 효율적이고 사명감 있는 관료 조직, 모두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 중앙일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경제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한국 경제의 최대 강점으로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력’‘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이 꼽혔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미흡한 부문은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이 각국의 경쟁력을 비교한 지표에 의하면 한국은 정책결정의 투명성, 정치인의 신뢰도, 금융·노동시장의 효율성과 같은 제도적 측면에서 선진국들에 크게 뒤처진다. 교육제도도 창조경제에 맞는 인재를 키우기에는 미흡하다.

 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 기득권과 관행을 타파해 모두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좋은 정책을 펴는 데 있다.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우리 경제 규모와 선진국 위상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적절한 경기 대응책을 펼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현실은 어두운 밤하늘에 희미한 초승달이 떠 있는 상황과 같다. 그러나 이번에도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밝은 달처럼 다시 도약하기를 소망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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