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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알고 좋아하며 즐기는 경지

중앙일보 2015.09.25 00:03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C조>
○·박영훈 9단 ●·스 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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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보(18~31)=정상의 프로는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기량이 더 늘지 않는다. 그럼, 어느 날 갑자기 성적이 좋아지는 이유는 뭔가. 한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박영훈의 경우라면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그는 바둑을 정말 좋아하고 즐긴다. 묻지 않았지만 그의 일상에서 최상위의 가치를 꼽으라고 하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즉각 바둑을 꼽지 않을까 싶다.

 바둑이 화제에 오르면 어떤 이야기라도 하나같이 즐거워죽겠다는 표정이다. 공자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최고의 경지는 알고 좋아하며 끝내 즐기는 것이라고.

 사석에선 그렇게 나이보다 훨씬 어린 명랑소년인데 바둑판 앞에 앉으면 선방(禪房)에 앉은 노승이 따로 없다. 진지하고 숙연하다.

 좌하귀 18의 도전에 19의 협공이면 20부터 28까지의 정석은 외길에 가깝다. 19로 협공했을 때 ‘참고도’ 백1의 되협공을 시도하는 건 하수의 성마름. 흑2 이하 18까지, 백이 얻은 실리보다 흑 세력의 발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늘품이 있는 바둑이라면 이 흐름에서 흑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29, 30까지 교환하고 나서 두터워진 이 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31의 침입이 답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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