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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고난도 암 수술 노하우 축적…국제표준 만드는 '퍼스트 무버'

중앙일보 2015.09.25 00:02 주말섹션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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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아산병원. 유창식 암병원장(가운데)이 직장암 환자를 복강경으로 수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직장암 환자 5년 생존율은 미국보다 10%가량 높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암환자에게 마지막 보루로 불린다. 중증도가 높아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기를 꺼리는 환자가 몰려든다. 병원이 의뢰하는 병원, 이른바 ‘4차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을 일컫는 말이다. 숱한 고난도 암수술에서 쌓은 노하우는 높은 치료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암수술 치료의 메카로 떠오른다. A+성적표를 써내려가며 한국 의료의 위상을 높이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짚어본다.

암 수술 최초·최고 기록 경신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국내 암수술의 패러다임을 진두지휘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암수술에서 최초·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전체 암수술 실적을 보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2014년 1만 8508건을 기록했다. 미국 내 암수술 건수 1, 2위인 엠디앤더슨 암센터(1만 281건)와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1만 1370건)를 제쳤다. 병상 수 대비 수술건수도 앞선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712병상으로 엠디앤더슨 암센터(631병상)와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469병상)보다 많다.

수술 케이스가 축적되면 표준화가 가능해진다. 자연스럽게 질 높은 교육으로 이어지고, 수술 노하우가 쌓인다. 대장암 수술 중 고난도로 꼽히는 직장암 수술을 보자.

대장암센터 유창식(암병원장) 교수는 "직장은 골반 안쪽 방광이나 주요 생식기 장기와 인접해 수술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다른 장기에 손상을 주지 않는 고난도 술기가 요구된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의 조기 직장암 수술 5년 생존율은 94%(1기), 진행암인 2, 3기에서 각각 88%, 75%로 집계됐다. 의료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조기 직장암 5년 생존율이 88%, 진행암에서는 69%(미국 국립암센터, 2003~2009)에 그친다.

유방암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곳도 서울아산병원이다. 현재까지 약 2만4000건 이상의 유방암을 수술했다. 1기·2기 생존율은 94~97%에 달하고, 3기도 80%가 넘는다. 엠디앤더슨 암센터 같은 유수 병원과 대등한 성적이다.

지난해 암 수술 1만8508건
미국 1위 엠디앤더슨에 앞서
직장암 환자 생존율 세계 최고


최소침습 수술로 환자 생존율 크게 높여

암수술 성적을 끌어올린 건 환자 상태와 암 발생 부위에 따라 최소한의 절개만 내는 다양한 수술방법을 적용한 덕이다. 복강경·로봇수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소 침습’으로 불리는 이 수술 분야는 가슴·배를 여는 개복수술과 달리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한다.

또 수술 중 출혈·합병증 위험을 크게 던다.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시야가 확보되는 개복수술에 비해 까다롭다. 특히 중증 암환자에게 적용하려면 해부학적 지식과 첨단 장비를 활용하는 풍부한 경험이 필수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위암센터는 복강경 중에서도 고난도 수술 기법인 ‘체내 문합술’에서 앞선다. 복강경 위암수술은 ‘체외 문합술’과 ‘체내 문합술’로 나뉜다. 체외 문합술은 암을 잘라낸 후엔 작은 절개창을 내고 남은 장기를 밖으로 꺼내 봉합한다. 5~6㎝의 흉터가 남는다. 반면 ‘체내문합술’은 장기를 자르고 연결하는 모든 수술 과정을 배속에서 진행한다. 위암센터 김병식 교수는 "장기를 빼기 위한 5㎝의 절개도, 장기 노출로 인한 세균 감염도 없다”며 "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폐암센터 박승일·김동관 교수팀은 3100건 이상의 흉강경 폐암 수술을 시행했다. 개흉술과 달리 갈비뼈를 절개하지 않고, 가슴을 크게 열 필요가 없다.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에서는 전체 폐암수술의 약 75%를 흉강경으로 시행한다.

외과수술 중 까다로운 분야로 꼽히는 간암절제술에서도 최소침습의 토대를 마련해나가고 있다. 간암의 경우, 절제시 간문맥 등 많은 혈관에서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간암센터 김기훈 교수팀은 복강경 간암수술을 330건 이상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외과 영역에서 최고난도로 꼽히는 췌담도 종양 절제술도 최소침습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담도췌장암센터 김송철 교수팀은 평균 7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수술인 ‘위유문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을 복강경으로 100례 이상 시행했다. 담도·췌장에 종양이 생겼을 때 위유문을 보존하고, 십이지장·담낭·담도 등을 절제한 후 췌장과 소장, 간과 소장을 연결하는 복잡한 수술이다. 100례 이상 시행한 병원은 세계적으로 서울아산병원과 미국 메이오클리닉 단 두 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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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절제할 때 가능한 신체 조직 살려

직장암 치료 후 환자의 만족도는 수술 성공뿐 아니라 항문·직장 보존 여부에 달려 있다. 항문이 없어 인공항문(장루)을 만들고 배변 주머니를 평생 차고 다녀야 하는 환자는 생활이 위축된다. 절반 이상이 우울증에 시달린다. 암이 완치되더라도 항문 기능을 잃어 평생 인공항문으로 대변을 해결해야 한다. 삶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장암센터 김진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은 직장암 환자 10명 중 9명은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 수술 전처럼 장루 없이 배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문에서 가장 가까이 근접한 하부직장암이더라도 83%에서 괄약근을 보존한다.

유방암·자궁경부암 같은 여성암 환자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여성 성의 상징인 유방·자궁을 절제해 상실감이 커질 수 있다.

부인암센터 남주현 교수팀은 자궁경부암을 복강경으로 수술한다. 1300건 이상으로 세계 최다 수준이다. 여성 환자의 만족도가 크다. 통증이 적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초기 자궁경부암은 복강경으로 자궁 안쪽과 난소, 나팔관을 보존해 수술 후에도 임신이 가능하다.

유방암센터는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살리는 유방보존술에 집중한다. 유방암센터의 유방보존율은 1994년 11.9%에서 최근 70%로 높아졌다. 유방을 절제하더라도 유방재건팀에서 바로 복원수술을 받도록 한다. 유방즉시복원수술을 받은 환자는 1994년 4.1%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0%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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