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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 위기 탈출구 보이나 경제지표 하강속도 느려져 연말께 바닥 확인 기대감 쑥

중앙일보 2015.09.25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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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니나 카바노바]


2015년 상반기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3.6% 감소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핵심 경제 부처들은 예산 편성 방식을 변경해야만 했다. 정부 지출을 유가와 더 이상 연동시키지 않고 경제 성장 원천도 국내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2016년 결산 때는 국내총생산(GDP)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 현 경제 위기는 2008년과 1998년 위기와 많이 다르다. 지금의 위기는 속도면에서 이전과 달리 훨씬 지속적인 양상을 띤다. 러시아 경제학자 세르게이 알렉산셴코는 최근에 자신이 ‘델로바야 가제타’에 쓴 칼럼에서 “2008~2009년 1월 위기 때는 산업과 철도교통 지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이번에는 지표 대부분이 훨씬 더 느리게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부는 위기가 조만간 바닥을 치고 2016년이면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긴급 예산안 마련 … 내년 산업생산량 0.6% 증가 전망


러, 경제 위기로 인해 석유 의존 탈피할까?=러시아 정부는 경제 위기로 인해 예산 편성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 3년 계획안 대신 2016년에만 적용하는 긴급 예산안을 마련키로 했다. 가장 획기적인 대목은 예산 수입·지출을 유가와 연동해 편성하는 방식을 탈피하기로 한 것이다. ‘가스프롬방크’ 경제전망센터의 막심 페트로네비치 부소장은 “덕분에 정부는 연방 지출(기존 3년 예산 계획안 대비)을 줄여 절반 가격으로 하락한 유가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경제 위기는 국내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2014년 상반기 서방의 제재가 발효된 이후 이른바 수입대체 정책이 발표됐다. 러시아 경제부 전망에 따르면, 예를 들어 2016년 러시아 산업 생산량은 0.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부는 소비재 생산, 특히 식료품과 의류·신발 생산을 경기 회복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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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르비스. 해외에서의 원자재 수요 감소로 경제위기가 왔고 해당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됐다.]


‘가스프롬방크’ 경제전망센터의 막심 페트로네비치 부소장은 “현재 농업과 섬유·화학·플라스틱 산업에서만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산업은 GDP의 약 7%를 차지한다”며 “대형 인프라와 원자재 프로젝트들이 더 확실한 경기 부양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경제 효과를 빨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바로 이 분야에서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2015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선 1조3000억 루블(약 23조원) 규모의 80개 계약이 체결됐는데 거기엔 정유공장 설립, 발전소 건설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투자업체인 ‘피남’의 애널리스트 안톤 소로코는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새로운 협력 관계 정립을 통해 현재의 침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금융 흐름이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행정장벽도 낮고 대러 무역도 확대되며 필요한 자원도 있는 아태지역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이는 국내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서방의 경제제재의 주요 수단으로서 ‘석유의 저주’=흔히 추정하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 경제를 현재의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경제 제재가 전혀 아니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막심 페트로네비치 부소장은 “나는 제재의 단기적 영향을 GDP 감소량 3.6% 중 최대 1%포인트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전문가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 아구스틴 로이트만은 공동 연구에서 경제 제재의 영향을 0.5~0.6%포인트로 평가했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러시아 경기 침체에 영향을 미친 나머지 요인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국제 유가였다.

 

경제제재·원자재값 폭락 겹쳤을뿐
러 경제 위기 주범은 추락한 유가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 강화하고
대형 인프라 등 부양책 모색나서


지난해 여름 중반부터 브렌트유 선물 가격(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 과 연동돼 있다)은 점점 하락하다 2014년 12월 말께엔 배럴당 115달러에서 60달러까지 급락했다. 2015년 상반기 유가는 배럴당 60~65달러를 오르내렸다. 지난 8월 17일엔 45.8달러로 최저가를 기록했다.

원자재 시장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주요 원인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데 있다. 국제 전문가들은 시장 내 원유 초과량을 하루 200만~300만 배럴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2016년에도 계속된다. 이는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이란산 석유가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란 전망과 관련돼 있다. 원자재 시세에 뒤이어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레리 미로노프 고등경제대학 발전센터 부소장의 지적에 따르면, 러시아처럼 통화가 유가 시세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원 수출 지향 국가는 없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제재가 루블 가치 급락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막심 페트로네비치 부소장은 “루블화 가치는 불균형하게 하락했고 제재는 루블화 가치의 10~15%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제재는 물가의 추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9.4%의 물가상승(2015년 상반기)에 제재가 미친 영향은 1.5~2%포인트였다.

은행권, 고금리로 영업 중단=높은 대출 금리는 또 다른 문제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도 인상됐다. 2014년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준금리를 최대 17%까지 인상해야만 했다. 이후 기준금리는 10.5%까지 차츰 인하됐다. 높은 금리로 인해 기업과 개인들의 대출이 줄어들었다. 제재에 따라 서방에서의 자금조달에 제동이 걸리면서 은행들엔 자금을 어디에서 끌어와야 하느냐가 심각한 문제가 됐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첫 5개월 동안 러시아 은행권 수익은 90억 루블이었다. 반면 2014년 수익은 5890억 루블이었다. 이처럼 차이가 커진 원인은 은행들이 수익을 덜 창출하더라도 보유액을 채울 수밖에 없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외국계 은행 자회사들도 줄어들었다. 이들에게 러시아 시장은 오랫동안 수익률이 최고인 시장의 하나였다. 가령 유니크레디트뱅크는 2013년 194억 루블, 2014년 88억 루블, 2015년 1분기 총 26억 루블을 벌었다. 결국 은행들은 지출을 최적화하기 위해 러시아 지점을 줄이기 시작했다.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데아뱅크와 체코 은행 호움크레디트의 자회사 라이파이젠뱅크가 지점 일부를 폐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은행 지점은 3.7% 감소했고 2015년 첫 4개월간 은행 지점망 감소율은 이미 5%에 달했다.

안나 쿠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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