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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번뇌, 그놈 목소리…10건 중 6건은 검경 사칭해 심리적 압박

중앙일보 2015.09.23 12:07
 

①검찰·경찰 사칭해 심리적 압박→②가짜사이트 유도→③안전조치 명목으로 현금이체 요구→④대포통장 현금인출.
금융감독원·경찰청이 108건의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드러난 전형적인 4단계
금융사기 수법이다. 금감원은 23일 이런 내용의 ‘백팔번뇌(108건), 그놈 목소리’를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http://phishing-keeper.fss.or.kr)에 공개했다.

사기범들은 우선 피해자에게 “검찰 수사관인데 당신이 금융사기에 연루돼 여러명으로부터 고소·고발된 상태”라며 심리적인 압박을 가한다. 피해자가 불안감을 보이면 미리 만들어 놓은 가짜 검찰청 사이트로 접속하게 한다. 가짜 접속 사이트에는 ‘나의 사건 조회’, ‘증명서 발급’과 같은 그럴 듯한 매뉴얼이 있다. 피해자가 사건조회를 클릭하면 피해자 이름과 주민번호로 된 가짜 사건번호가 나온다. 피해자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사기범은 도와주는 척하며 자금 이체를 재촉한다. “은행원이 연루된 사건이라 명의도용을 쉽게 할 수 있다. 당신 금융자산이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니 빨리 국가 안전계좌로 이체시켜야 한다”는 식이다.

그런 다음 피해자가 넘어왔다고 판단하면 “명의도용된 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당신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순간 다른 조직원이 인터넷뱅킹을 통해 미리 만든 대포통장으로 돈을 이체시켜 현금으로 인출한다. 금감원 분석 결과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자주 사용하는 키워드는 대포통장·명의도용·개인정보유출 등이었다.

금감원은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1만2007건의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사칭유형별로는 검찰·경찰(60.6%)가 가장 많았고, 금융회사(24.7%)·금감원(12.1%)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63.5%)이 남성(36.5%)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29.1%)·20대(26.3%)·50대(26.1%)·40대(18.4%) 순으로 의외로 젊은층의 피해가 컸다. 20~30대는 인터넷·모바일에 익숙하기 때문에 피해도 많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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