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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미래연대 시즌 2’, 초식 여당을 깨워라

중앙일보 2015.09.23 00:52 종합 3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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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새누리당에서 ‘미래연대 시즌 2’가 추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999년 미래연대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남경필·김영선 의원, 김부겸 당 부대변인 등이 주축이 돼 결성했다. 그들은 당시 “기성정치의 벽 앞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당리당략 개인영달 눈치보기 등 기성정치의 껍질 속에 갇혀 있었음을 반성한다”며 “기성정치가 외면해온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기치를 들었다.

 당 안팎의 인사 50여 명이 참여했던 이 소장파 모임은 2000년대 초 그 유명한 ‘남(남경필 현 경기지사)·원(원희룡 현 제주지사)·정(정병국 의원·4선)’이라는 걸출한 리더들이 지휘봉을 잡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7년과 2002년 연이은 대선 패배로 당 전체가 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시절 이들은 ‘매일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세력이었다. 당내 장년층 의원들에게 ‘버릇없는 놈들’로 찍히기도 했고, 이따금씩은 그들과 타협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늙고 처량했던 한나라당에 그나마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던 존재였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이 된 지금 당 안팎의 ‘86(1980년대 학번, 60년대생) 세대’들이 다시 모여 비슷한 정치결사체를 만든다고 한다.

 모임의 이름도 ‘미래정치연대(가칭)’다. 모임을 주도하는 이들은 여의도 정치판에서 ‘역전의 용사’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릴 만큼 곡절 있는 정치인생을 걸어왔다. 15대 국회 때 정의화 의원의 비서관으로 시작해 ‘김덕룡의 공보비서’ ‘손학규의 오른팔’을 거쳐 다시 정의화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이수원(52),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수행비서와 보좌관을 지낸 이명우(51) 현 국회의장 정무수석, 김문수 의원 비서관 출신으로 지금은 김무성 대표실의 핵심인 허숭(46) 부실장, 이명박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57) 등이다.

 이들은 지금 현역 국회의원 10여 명의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은 물론 “내년 총선의 승리와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보수 혁신’의 정풍 운동을 격렬하게 벌여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 3선 이상 의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원내외와 당 안팎을 두루 포용했던 1999년 미래연대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총선 예비 후보자들 중심으로 급조됐다거나 제3당 등장에 대비한 움직임이라고 폄훼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미래연대의 재등장이 무력한 새누리당의 모습을 바꿔놓기를 기대한다. 지금 새누리당의 현실이 너무 딱하기 때문이다.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서로를 물어뜯는 ‘육식 야당’도 문제지만, 개혁의지나 열정 없이 그저 청와대의 기세에 끌려가는 초식 여당도 문제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웅성거리지만 패기와 비전으로 무장한 제대로 된 개혁 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래연대 시즌2’가 대박을 터뜨리기를 응원한다.

서승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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